"노 대통령 개혁 변질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22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가수 이승철 콘서트에 초대받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右)가 행사 시작 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달라졌다. '상생'을 강조했던 그가 연일 여권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2일 당 운영위 회의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고 애국세력을 부정하는 우려할 만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며 "나라를 이끌고 있는 집권층 사람들이 세계와 경쟁하며 할 일이 많은데도 나라의 근본을 흔들고 파괴하며 허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과 관련,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군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칭찬하기보다 질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언론.군.검찰이 갈등하는 것으로 보여 나라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 살리기 등 시급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국민갈등을 증폭시키는 일만 벌이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비판 언론 개혁▶과거사 조사▶행정수도 이전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방향이 틀리지 않았느냐. 개혁은 국민이 더 잘살게 하는 것인데 지금은 개혁의 목표가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요즘 야당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생산적 비판과 협력을 하며 정부에 대안을 내놓는 것을 넘어 나라를 바로잡고 나라 근간을 지키는 일까지 (야당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국가보안법 철폐는 절대 안 되며, 운용상의 몇가지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개정안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 이후 사흘 연속 집권 측을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 20일엔 "국가관이 제대로 된 정부인가, 우리나라 정체성에 회의를 가질 정도"라고 했고, 21일엔 "정부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의 이런 모습에 대해 전여옥 대변인은 "상생을 하려면 (여권도)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며 "최근 나라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대표가 가만둬선 안 되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박 대표의 발언이 당내 비주류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여 투쟁을 강조하는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이 자신에게 공세를 취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가 투쟁 일변도로 갈 것이라고 보는 당직자들은 거의 없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표가 여권을 비판하더라도 그것을 정쟁으로 몰아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