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단체수의계약제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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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중소기업 보호제도로 꼽히는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40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22일 단체수의계약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중기청 측은 "오는 30일 공청회를 통해 각 분야의 의견 수렴 뒤 다음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 오는 10월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체수의계약 제도는 공공기관이 단체 수의계약 품목(138개)을 구매할 경우 해당 물품을 관장하는 협동조합과 단체 수의계약을 체결, 해당 조합이 각 회사에 생산량을 배정하는 제도다. 1965년 만들어져 중소기업의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중기청은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폐지하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중소기업 위주의 시장이 대기업에 잠식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직접생산제품 판정기준' 등의 보완 규정을 둘 예정이다.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조립 같은 마지막 공정만 중소기업에 맡겨 중소기업 생산제품으로 둔갑, 계약상 혜택을 받는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다.

중기청이 이처럼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특정 소수에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2월부터 중소기업청.조달청 등을 대상으로 '단체수의계약 운용실태에 대한 특감'을 벌인 결과 수혜 보는 중소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전체 287만개의 0.45%인 1만300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업체 가운데 20%에 불과한 2600개 업체가 지난해 전체 조달 물량(4조8918억원)의 77%를 수주하는 등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공공기관 전체 구매액 74조원의 63%인 46조원 규모며 이중 10%가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구매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특혜성 계약을 따내기 위해 편법 행위가 많았다"며 "정부기관들도 계약 편의성 때문에 실적좋은 기존 업체들만 수의계약에 참여시키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임봉수.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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