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오기 정치, 밖으론 굴욕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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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정상 회담에서 한 발언이 22일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특히 두 대목이 문제가 됐다. "임기 동안 한.일 간 과거사와 신사참배 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나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 것과, 일본 기자와의 문답 과정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독도를 가리키는 이름)'란 단어를 한 차례 쓴 것이다. 당장 '굴욕 외교'란 비판이 터져나왔다. 노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최고위원은 "국가원수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국내에선 오기 정치를 하면서 외국에서는 굴욕 외교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겠다고 친일 진상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막상 일본의 과거 침략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며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8.15 때 독도 방문을 할 예정인데 다케시마 방문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도 가세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일제 강점기의 만행을 정부가 공식 제기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며 "정부의 기본 역할을 뻔뻔하게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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