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탤런트 정준호, 3년 시련에 연기력 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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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유부단한 화가, 부유한 대학생, 오만한 재벌 2세등으로 변신을 거듭해온 정준호 (30) 씨. 이번엔 킬러 박창우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불의의 세상을 총 한자루로 바로잡으려는 사람. 힘없는 서민들의 꿈꾸기를 대신하는 KBS 드라마 '킬리만자로의 표범' 의 주인공 박창우는 그런 인물이다.

'이 결혼에 이의 있습니까' 라는 주례신부의 물음에 '예, 이의 있습니다' 라고 손을 번쩍드는 창우의 모습은 판에 박은 대답을 하고만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상주의적인 창우의 성격이 저와 많이 닮았어요. 사회악을 처단한다는 주인공 성격묘사를 듣고는 한번쯤 해볼 만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5회 이상 주연경력에도 그에겐 아직도 신선함이 엿보인다.

평범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청을 드라마에 담고 싶다는 정준호. 하지만 "대사를 최대한 절제하면서 눈빛과 행동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 쉽지만은 않다" 고 말한다.

95년 MBC 24기 신인탤런트로 데뷔하자마자 특집극 '춘향아씨 한양왔네' 와 주말연속극 '동기간' 의 주역으로 발탁될 만큼 운이 좋았지만 시련도 많았다.

3편의 드라마가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영한 게 바로 그것. 그러나 어머니의 말로는 '삼재' 가 나간다는 올해, 연기자 정준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비록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악평속에 막내린 '사랑' 이지만 냉정한 재벌 2세역의 정준호는 홀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과묵하고 사나이다운 세계를 그린 '킬리만자로의 표범' 으로 그는 자신의 나약한 도시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자살을 떠올릴 만큼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시청률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 역할에 충실할 뿐이죠. " 그가 3년간의 연기생활에서 건진 것은 인기가 아니라 '진실한 연기' 라는 단어다.

그래서 겨울쯤으로 예정되어 있는 미니시리즈에 벌써 마음이 설레는 걸까.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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