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업 가동률 추락…내수불황에 수출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자동차.반도체.전자.기계 등 주요 산업의 생산활동 위축 현상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에다 수출 부진까지 겹쳐 기업들이 잇따라 생산을 줄이면서 자동차 3사의 경우 평균 가동률이 1~5월중 44%까지 떨어졌고 다른 주요 업종도 60%대에 머무르는 등 상당 부분의 설비가 사실상 유휴상태에 들어갔다.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관련 분야의 대량실업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기자세미나에서 "자동차.전자산업의 부진이 심각하다" 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가 분석한 '주요 업종의 생산 및 가동률 현황' 에 따르면 자동차 3사의 5월중 평균 가동률은 45.2%로 전달보다 3.2%포인트 낮아졌다.

6월에는 기아의 노사분규 등으로 인해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1~4월중 자동차 내수는 52.1% 줄었고 내수재고는 적정수준인 6만대를 크게 초과한 9만대에 이르고 있어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수 없는 형편" 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만 올해말까지 약 11만명 (자동차 1만5천.전방산업 5만8천.후방산업 3만7천명) 의 실업이 발생하고 연관 산업의 동반 추락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철강 역시 자동차.건설 등의 생산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포철이 창사이후 처음으로 최근 감산 (減産)에 들어갔고, 동국제강.인천제철.강원산업 등 전기로 업체들도 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메모리 반도체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앞으로도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격 안정을 위해 가동을 줄일 계획" 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전자도 이달초 1주일간의 휴무에 이어 추가 감산도 검토중이며 LG반도체도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까지 감산에 가세할 경우 반도체 감산규모가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특히 기계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 85%에서 올들어 1~4월에는 68%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에 따놓은 수주물량이 남아있어 아직은 가동률이 8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앞으로 공장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을 전망"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시아 금융위기로 수출이 부진한 전자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시멘트 등도 가동률이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자원부 이희범 (李熙範) 산업정책국장은 "생산활동 위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국내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것으로 보여 걱정" 이라면서 "생산의욕 고취를 위한 대책을 마련중" 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