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해류]물밑은 남행 수면은 북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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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6년에 이어 또다시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동해 연안 물밑에서는 남쪽으로, 해수면에서는 북쪽으로 강한 조류가 흐른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북의 잠수함이 동력에 의하지 않고도 해류를 이용해 우리 영해로 침투했다 빠져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관작동음 등을 통한 우리의 대잠 (對潛) 경계 능력을 무력화 (無力化)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대 해양연구소 (소장 金坵.해양학) 는 지난해 5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와 공동으로 강원도 동해시 앞바다 10㎞에서 30㎞ 지점에 걸쳐 수심 1백m까지 수중음향유속계 (ADCP) 로 해류를 측정한 결과 수심 20~30m까지는 북쪽으로 흐르고 그 밑에서는 남쪽으로 흐르는 것이 관측됐다고 26일 밝혔다.

해류속도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빨라져 90m지점에서는 남동향으로 최대 매초 60㎝의 속도를 나타낸 것으로 관측됐다.

최대 속도인 초속 60㎝는 속초~강릉간 거리에 해당하는 52㎞를 하루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것. 金교수는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어서 이처럼 수심에 따른 해류의 방향과 속도변화가 나타난다" 며 "해류를 이용한 북한 잠수함의 연안침투와 철수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잠수함의 동력음과 해수와의 마찰음 등을 음향탐지기로 포착하는 우리 군과 해양경찰대의 대잠 경계기술이 무력화될 수 있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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