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모든 미스샷은 과욕서 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4개 클럽을 모두 사용할 때와 5, 8번 아이언과 퍼터 등 3개 클럽만을 사용, 9개 홀을 플레이한다면 스코어는 어느쪽이 좋을까. 또 안대로 눈을 가리고 플레이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스코어는 어떨까. 아마도 대다수 골퍼들은 14개 클럽 모두를 사용할 때와 눈을 가리지 않을 때 스코어가 더 좋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76년 미국의 한 골프광에 의해 실증됐다.

기상천외한 실험의 주인공은 짐 잉글랜드라는 골프광. 애리조나주 불헤드에 살았던 잉글랜드는 친구들과 내기를 걸었다.

샷을 할 때마다 눈을 가리고 5, 8번 아이언과 퍼터만으로 9개 홀에서 50타를 돌파하면 돈을 받기로 한 내기였다. 이 희대의 내기는 잉글랜드의 홈코스였던 채퍼럴CC에서 벌어졌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승리였다.

잉글랜드는 9개 홀에서 46타를 기록, 친구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냈다.

그러나 내기가 벌어진 다음날 같은 코스에서 눈도 가리지 않고 14개 클럽 모두를 사용한 잉글랜드의 스코어는 48타였다.

한마디로 '믿거나 말거나' 다.

눈을 가릴 것까지는 없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3개 클럽만으로 플레이할 때와 14개 모두를 사용할 때의 스코어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분명 얻을 게 많을 것이다.

특히 1백타를 깨지 못한 주말골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파5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부지불식간에 생겨나는 거리 욕심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롱아이언 거리의 파3 홀에서는 처음부터 2온을 생각, 안정적인 보기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미스샷은 제 실력을 간과한 욕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손흥수<안양베네스트gc 수석프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