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病과 다이어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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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33면

공산당의 입은 거칠었다. 억측과 욕설로 듣는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기 일쑤였다. 오래 전에 사라진 소련 이야기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1984년 6월. 소련의 관영신문 소비에트 스카야는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향해 “미국인의 관심을 국가적인 문제에서 멀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아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압권은 “백인의 이익을 위해 동족인 흑인의 영혼을 팔고 있다”고 비난한 부분이었다.

앞 부분은 그해 5월 잭슨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공로로 레이건으로부터 공공부문 봉사상을 받은 것을 비난한 것이다. 후자는 그가 백인이 되고 싶은 나머지 거액을 들여 피부 탈색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바탕으로 한 공격이다. 사실 10대 때 중간 정도의 갈색이던 피부색은 80년대에 들면서 점차 연해졌다. 한창 인기와 돈을 모을 때다. 표백설이 나돈 것은 그 즈음이다.

하지만 88년 그가 첫 자서전 『문 워크』에서 고백한 내용에 따르면 피부 탈색이란 억측일 뿐이다. 피부색이 탈색제를 쓴다고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 피부가 하얗게 된 것은 상당 부분 병 때문이다. 피부가 탈색되는 백피증(백반증이라고 한다)과 피부 낭창이라는 병을 앓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병을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억측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그가 노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고압 산소방에서 잔다고 보도했다.

물론 헛소문이었다. 만일 고압 산소방에서 매일 잔다면 신체 산화가 촉진돼 노화가 오히려 앞당겨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 이런 매체를 위해 유리방에서 사진 포즈를 취해 줬으니 말이다. ‘마이클 잭슨은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란 제목을 앞세운 타블로이드도 있었다고 한다(영화 ‘맨 인 블랙2’에서 이를 패러디했다).

사실 80년대 잭슨의 얼굴은 피부색만큼 형태도 크게 변했다. 이는 성형 수술과 지독한 감량 때문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코는 두 차례 성형수술로 뾰족해졌으며, 두툼했던 입술은 가늘어졌다. 펑퍼짐했던 앞이마는 튀어나왔고, 뺨이 옴폭해지면서 광대뼈가 도드라졌다.

그는 원래 ‘댄서의 몸매’를 얻기 위해 엄격한 채식 다이어트로 감량을 했다고 한다. 175cm의 키에 몸무게가 47㎏까지 줄었다. 부작용으로 현기증과 신경성 식욕부진에 시달렸다. 한동안 하루 딸기 세 개 말고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극단적인 체중 감소와 함께 얼굴과 몸이 망가졌다.

그는 80년대 초 자신의 신체 변화에 맞춰 댄스 스타일은 물론 무대 조명도 바꿨다고 고백했다. 지독한 병마가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스타일 형성에 한몫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단점을 되레 개성으로 만든 전략가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혹시 그 병이 그를 50세의 젊은(?) 나이에 ‘고향 화성’으로 돌아가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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