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연희씨 시골생활 담은 '언니의 방'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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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시로 도시로 그렇게 몰려들더니 이제는 흙을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

올 들어서만 귀농 (歸農) 인구는 3천 가구가 넘는다.

하지만 땅에서도 수익성만 따지려 드니 도시에서 뺨맞고 시골서도 눈물짓기 일쑤다.

봄이면 나물캐고, 여름이면 모깃불 피우고, 풀벌레 소리에 여름살이를 거둬들이는 소설가 정연희 (62) 씨의 시골생활을 담은 에세이 '언니의 방' 은 흙에서 나는 것을 먹으면서 그저 흙하고 사는 모습을 통해 흙과 지내는 참의미를 보여준다 (삶과꿈刊) .

농사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교향악단 클라리넷 주자 형부와 화려한 은행원이었던 언니가 낙향한 용인군 하갈리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정씨가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나기 벌써 10년째. 서초동 서울집과 하갈 시골집을 오가면서 정씨는 자연과 문명을,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삭막함을 비교하며 우리네 인생을 돌아본다.

캐온 냉이와 달래, 두릅을 쭈그리고 앉아 무치는 모습을 비생산적이라고 비웃는 조카딸에게 속으로 외친다.

"나물 캐는 시간 아끼고 나물 무치는 시간 아껴서 얻은 시간으로 너희들은 무엇을 했냐" 고.

한여름내 고생을 하고도 정작 손에 쥐어진 돈은 60만원도 안되는 고추농사를 지으면서도 첫 풋고추가 씹히는 순간 태양을 먹는다는 기쁨에 모든 것을 잊는 것이 시골생활이다.

일상이 필요로 하는 쉼표인 작은 병치레에도 도시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약을 먹어야만 하고, 20m 밖의 풍경을 눈에 담을 여유도 없는 도시인들의 삶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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