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춤추는 파란 고양이 ‘도라에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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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06면

캐릭터의 힘이다. 이야기는 단순한데, 관객들은 열광했다. 22세기에서 온 파란 로봇 고양이 ‘도라에몽’의 인지도 덕이다. 도라에몽은 1969년 일본에서 처음 탄생한 캐릭터로, 국내에서도 만화책과 TV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종이와 화면을 통해 보던 캐릭터가 내 눈앞에 실재한다는 감격 때문일까. 공부도 운동도 그저 그런 평범한 초등학생 ‘진구’, 진구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친구 ‘이슬이’, 골목대장 ‘퉁퉁이’, 늘 뻐기며 자기 자랑에 바쁜 ‘비실이’ 등 만화 캐릭터들이 도라에몽과 함께 등장하자 어린이 관객들은 환호성부터 질렀다. 함께 따라온 부모들의 표정은 다소 심드렁한 편.

무대보다 자기 아이 반응에 더 흐뭇해하는 듯했다.
공연의 부제는 ‘아기공룡 구출작전’이다. 어느 날 진구가 발견한 공룡알. 도라에몽이 타임보자기로 시간을 빨리 가게 해 아기 공룡 피스케가 태어났다. 피스케가 엄마를 너무너무 보고 싶어하자 도라에몽과 친구들은 피스케를 위해 1억 년 전 공룡 시대로 떠난다.

공연이 펼쳐지는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은 객석이 1000여 석에 달한다. 어린이 뮤지컬로서는 상당히 큰 무대에 선 셈이다. 그만큼 무대 장치가 화려했다. 웅장한 공룡시대 정글은 특히 인상적이다. 또 도라에몽의 ‘4차원 비밀도구’인 ‘어디로든 문’ ‘기차놀이 밧줄’ ‘타임머신’ ‘위치 추적 화살’ 등은 특수 영상 그래픽을 활용해 다채롭게 보여줬다.

공연은 ‘1등급’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다. 욕설이나 폭력을 배제한 ‘무공해’ 작품이란 의미다. 그래서 악당인 공룡사냥꾼도 겁이 많고 실수 잦은 재미있는 캐릭터로 묘사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순수한 인물이다.
극 중간중간 등장 인물들과 객석에 앉은 아이들 사이의 대화도 많다.

“피스케가 어디 있냐”며 공룡사냥꾼이 질문을 했을 때다. 순진하게 제대로 대답하는 아이와 엉뚱한 대답으로 사냥꾼을 속이려는 아이들이 서로 목소리 크기 경쟁을 한다. 그런 동심이 살아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 1, 2학년 정도가 보기 딱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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