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경협-햇볕과 강풍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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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몰이 방북 (訪北) 의 '햇볕' 과 북한 잠수정 침투라는 '강풍' 한가운데를 지나 현대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이 방북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북의 군사적 위협과 남의 대북경협이 조화롭게 전개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루였다.

이는 어제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북정책 전체틀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나를 시험하는 중대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명백한 대남도발로 밝혀질 때 대북경협이 그냥 유지되기는 국민감정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경협의 기본자세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대북 기본정책이 왔다갔다 해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는 게 지난 시절에서 배운 교훈이다.

왜 교류.협력을 하는가.

남북간 숨통을 트면서 끝내는 잠수정 침투 같은 무력도발을 잠재우자는 데 그 뜻이 있다.

막 시작된 경협이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중단된다면 앞으로 닥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기 어렵다. 문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鄭회장이 확보한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밀고 나갈 것이냐는 점이다.

"올가을부터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북측과 계약하고 돌아왔다" 고 그는 밝혔다.

여기서 당장 시급한 사안은 1천여명의 관광객이 유람선을 이용해 북으로 갈 때 그들의 신변보장을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남북 양측의 이 문제에 관한 사전논의와 명백한 합의 없이는 금강산 관광은 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자칫 바다 밑에는 잠수정이 들어오고 바다 위에는 금강산행 유람선이 뜨는 해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당국은 영해 침범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아울러 이 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향후 금강산 개발에 따른 남쪽 단체나 기업간의 경쟁적 진출이 예상될 수 있다. 현대측의 자세한 계약내용이 밝혀져야 알겠지만 금강산 개발이라는 민족사적 대역사에서 경쟁적 이해다툼도 모양 사나운 일이지만 어느 한 기업의 독점도 걱정스런 일이다.

기업간 조화로운 개발참여가 지금부터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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