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구 60개로 통합 광역시·도는 지위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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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허태열(3선·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25일 전국을 60~70개의 통합 행정단위로 재편하는 내용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을 여야 의원 62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18대 국회엔 같은 이름의 법안이 이미 4건이나 제출돼 있는데 이번 ‘허태열 안’은 기존 법안의 내용을 총괄하는 ‘텍스트 북’의 성격을 갖고 있다. 허 위원장이 국회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는 이 법안의 틀 위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구·면적·경제·지리적 여건을 감안, 2~5개씩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럴 경우 통합 시·통합 구가 탄생하며 군과 군끼리 합칠 경우엔 가칭 ‘현’으로 부르기로 했다. 허 위원장은 “만약 인구 70만 명을 평균으로 합칠 경우 통합 행정단위는 60~70개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의 구가 통합할 경우 인구 100만 명 이상은 자치구로 하되, 100만 명 미만은 행정구로 전환키로 했다. 통합 시·군·구가 공동으로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 소재지 등을 결정하며 폐합된 시·군·구엔 필요할 경우 행정출장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광역시와 도는 전국 시·군·구의 3분의 2 이상이 통합되는 시점에 기능과 지위를 재조정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은 또 행정체제 개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설치하며, 위원회는 설치된 지 1년 내에 행정구역 광역화 기본 계획을 공표하도록 했다. 지방행정개편위는 기본계획에 따라 지자체 간 통합을 해당 지자체 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 통합 권고를 받은 해당 지자체들의 장, 지방의회 또는 일정수 이상의 주민은 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안은 시·군·구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 행정단위에 ▶고교 이하 교육자치 행정권 ▶경찰자치권 ▶광역시·도의 자치사무 등을 이양토록 했다. 또 통합 행정단위가 징수한 시·도세의 70%를 해당 단위에 교부하며, 통합 이후에도 일정 기간 더 많은 지방교부세를 받도록 하는 등 다양한 행정·재정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했다.

허 위원장은 “현 지방행정체제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혁파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새로운 지방행정체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2014년 지방선거부터 새 개편안이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허 위원장은 “일부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을 연관 짓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의원들 간 이해다툼으로 행정체제 개편까지 무산될 것”이라며 “행정단위가 광역화돼도 현행 소선거구제는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하 기자



허태열 위원장 대표 발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주요 내용

- 인접 시·군·구 2~5개씩 통합→전국 60~70개 통합 시·통합 구와 현(군+군)으로 재조정

-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를 설치해 행정체제 개편 총괄 지원

- 개편위로부터 통합권고 받은 지자체의 장이나 해당 지방의회는 주민투표 실시 가능

- 통합 촉진 위한 강력한 행정·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예:통합 시가 징수한 시·도세의 70%를 통합 시에 교부)

- 통합 시에 실질적인 정부 권한(교육자치권·경찰자치권 등)을 대폭 이양

- 읍·면·동을 순수 주민자치단체로 전환해 ‘풀뿌리 자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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