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무비리 근원적 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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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방부가 병무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장군을 포함한 현역군인 1백33명의 병무청탁 내용이 밝혀졌다.

이번 수사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자식의 병역문제에 관한한 장군이든 민간인이든 어느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사령관 스스로 아들이 유리한 조건에서 군복무를 하도록 청탁을 하는 마당에 어느 부모인들 자식이 고생하는 부대에서 근무하기를 바라겠는가.

비리에 가담한 인물과 청탁상대를 철저히 수사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병무비리 근절을 위한 근원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병무비리는 정권교체때마다 불거진 일종의 시국비리였다.

한번 떠들썩하다가는 주모자가 잡히고 몇명의 명단이 발표되면 가라앉는 순서를 밟아왔다.

이래선 발본색원의 병무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대통령이 특별수사를 명하고 국방부가 장군급 관련명단을 밝힌 것도 차제에 비리의 뿌리를 뽑자는 개혁의지가 실려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두가지 개혁을 실천해야 비리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병영 (兵營)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입영 자체를 기피하지 않고 환영하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입대 곧 '썩는다' '고생한다' 는 인식으로 굳어 있는 병영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떤 형태의 비리든 속출될 것이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입영생활 자체를 하나의 중요한 청년문화로 공유하고 있다.

함께 나라를 지키고 즐거운 단체생활을 하며 중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젊은이들의 양지로 인식되게끔 과감한 병영개혁을 해야 한다.

다음, 병영생활 자체가 인생에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님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젊음의 황금기인 2년6개월을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면 특별대우를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이익을 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어둠의 자식' 인 나는 군대에서 썩고 있는데 '장군의 아들' 은 유학을 다녀와 출세가도를 달린다면 병역의무란 사문화된 헌법조문이 될 뿐이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은 복무기간만큼 호봉이나 대우면에서 사회적으로 우대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확립돼야 형평에 맞을 뿐만 아니라 병무비리의 토양도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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