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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팔자 드셌던 영동백화점 터 팔자 피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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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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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 폐업 … 부도=83년 문을 연 영동백화점은 강남 개발의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60년대만 해도 이 일대는 논이었다. 논현동도 ‘논 고개’란 옛 동네이름에서 유래했다. 강남 일대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논현동. 그중에서도 영동백화점 부지는 정점에 있다. 평범한 논의 운명이 확 바뀐 것은 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다. 71년 정부의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주인은 강남 최대의 땅 부자로 꼽힌 영동고 재단이사장. 당시 그의 땅을 밟지 않고는 논현동 일대를 다닐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발은 산뜻했다. 당시 강남 최초의 백화점이란 명성을 누리며 8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손님을 끌었다. 옥상에 놀이공원까지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이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갤러리아백화점(85년)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85년) 등 후발 경쟁업체가 생기면서 경영난을 겪다 93년 폐업했다. 이후 소유권이 나산그룹으로 넘어가 95년 나산백화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악재는 또 터졌다. 98년 건물 지하주차장의 기둥에서 균열이 발견돼 구청이 백화점 영업을 정지시켰다. 비슷한 때 나산그룹도 부도났고, 복잡한 소유 관계 때문에 새 주인을 쉽게 찾지 못했다.

두 번의 경매를 거쳐 2007년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와 SK D&D의 합작회사에 땅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질곡은 깊었다. 리먼브러더스가 지난해 9월 파산한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화점 철거 공사 중 붕괴사고까지 발생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지분을 인수한 SK D&D는 PF로 추가 투자금을 대려 했다. 하지만 때마침 국내 금융기관이 PF를 전면 중단하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

◆풍수 전문가 조언 받기도=사연 많은 이 땅이 이제 제대로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 D&D 안재현 사장은 “사옥용으로 쓸 테니 빌딩 완공 후에 팔라는 기업의 제의가 잇따른다”고 말했다. 매각가는 26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80년대는 상권 형성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오피스타운으로 바뀌면서 빌딩 수요가 많아진 게 사업 전망을 밝게 한 것이다. SK D&D는 2011년 지하철 분당선 개통에 맞춰 빌딩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빌딩은 강남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의 중심지 역할까지 하게 될 전망이다. 강남구청은 테헤란로의 역할을 분담할 중심 업무지구로 강남구청역에서 삼릉역까지를 초고밀도 지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 성공을 위해 풍수지리 전문가의 ‘코치’도 받았다. 강희종 명산풍수지리학회 회장은 “이 터가 나쁜건 아니다”며 "다만 새로 짓는 빌딩의 주차장 출입구를 북쪽으로 내고 동남향으로 상가를 들이면 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이은상 과장은 “강남 핵심 지역인 영동백화점 터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주변 상권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번 개발로 일대 업무 기능이 더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행이 어떤 개발 계획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것.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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