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보호막 오존, 땅에선 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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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구름위 오존층에 구멍이 나면 큰일이 난다. 오존층은 지구의 천막과도 같아 여기에 흠집이 나면 태양으로부터 몸에 해로운 자외선이 마구 들어와 사람들이 피부암에 걸릴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마운 오존이 한여름 도시한복판에서는 과다 '번식' 해 '폭군' 으로 돌변한다.

오존경보제가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 호흡기와 눈이 오존의 공격을 받으면 기침이 나거나 눈이 따끔거리며 심할 경우 폐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산소 원자 3개로 이루어진 분자 오존 ()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고 해 (害) 도 되는 두 얼굴을 가진 대기속의 '야누스족' 이다.

오존 (ozone) 의 어원은 '냄새가 난다' 는 뜻의 그리스어 '오제인 (ozein)' .

오존은 표백제에서 나는 톡쏘는 듯한 강한 냄새를 지니고 있으며 대기중에서 무색 혹은 연한 청색을 띤다.

오존이 인간에게 선과 악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그 자체가 두가지의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성질이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존은 3개의 산소원자중 하나를 다른 물질들에게 주는 동작이 아주 재빠른 것이 특징.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도 오존이 햇빛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산소원자 하나를 보내 자외선만을 골라 쏙쏙 잡아 먹기 때문. 이 결과 성층권에서의 자외선 흡수율은 거의 99%다.

대기중에서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도 같은 원리. 워낙 반응성이 커 폐나 피부에 있는 유기물질과도 닥치는대로 결합을 시도,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생성하고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것. 예컨대 폐세포를 공격하면 조직을 파괴시켜 호흡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세포핵속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것. 이럴 경우 DNA의 돌연변이로 암까지도 유발시킬 수 있다.

각막같은 연한 조직도 오존의 손쉬운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서슴없이 오존의 성격을 '사납다' 고까지 표현한다.

오존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은 성층권. 전체의 90%가 훨씬 넘는다. 나머지는 지표근처의 대기중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대기중의 질소산화물.메탄.탄화수소 등과 만나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오존을 생성하는 것. 한여름 도시에 햇빛이 비치면서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는 것도 매우 강해진 자외선과 도시 가득한 공해가 만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착한 오존' 은 성층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존은 식수나 공기의 살균.탈취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미 유럽국가들은 식수 소독에 염소 대신 오존을 이용하고 있다. 염소는 소독력이 강하지만 과다할 경우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오존으로 살균한 생수를 판매중이다. 반면 대기중에서 발생하는 '악한 오존' 은 특히 어린이.노약자.심장병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오존농도가 0.1 올라가면 사망자수가 7%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나올 정도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지구환경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봄철 국내 남서해안의 오존농도가 0.04에 달해 서울 광화문이나 성수지역보다 높게 측정됐다.

오존은 지금까지 대도시에서 발생되는 것이 정석으로 돼 있어 큰 도시가 없는 남서해안지역에서 과다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이는 오존이 남서해안지역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이동해왔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해 주목을 끈다. 오존도 멀리까지 퍼져나간다는 얘기다.

KIST 김용표 (金容杓.대기학) 박사는 "남서해안의 오존생성원인을 두고 현재 성층권에 오존홀이 생겨 봄의 강한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아 내려왔다는 주장과 유라시아 대륙에서 생성된 오존이 기류를 타고 넘어왔다는 의견이 있다" 며 "오존의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면 새로운 대기 흐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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