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분리 앞둔 한진 4형제 '칼같은' 독립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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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형제 간 독립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진은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의 아들 4형제인 조양호.남호.수호.정호 회장이 지난해부터 계열사들을 4개 부문(항공.중공업.해운.금융)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법적인 계열 분리를 위한 형제 간 지분정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계열사 간 의존 관계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분리해야 독립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조양호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이 운영하는 동양화재와의 항공보험 계약을 종료하고 영국계 보험사와 계약을 새로 했다. 조수호 회장이 운영하는 한진해운도 이달 말 동양화재와 선박보험 계약이 끝난다. 한진해운은 다음달부터 국내 대형 보험사 2곳에 나눠 보험을 새로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양화재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어차피 우리도 외국 회사에 재보험을 들어야 했다"며 "수수료율이 낮고 절차도 복잡해 대한항공이 직접 외국보험사와 계약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연간 항공보험료(전쟁보험 제외)를 7000만달러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정호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한불종금은 지난달 초 사무실을 서울 중구 해운센터 건물에서 인근의 파이낸스센터 7층으로 옮겼다. 해운센터 건물은 한진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한일 컨트리클럽은 최근 골프장 내에 있던 대한항공 광고판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 골프장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사주인 한일레저에 속해 있다.

계열 분리와 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상호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법적 문제가 남아있다"며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계열사별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형제 기업 간에는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것이 재계의 관행인데 이를 철저히 깼다는 점에서 한진의 경우는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현대그룹, 홈페이지도 '분리'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과 별개로 그룹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주 'www.hyundaigroup.com'이란 인터넷 도메인을 한 일반인에게서 인수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이미지를 높이고 통합적인 비전을 만드는 일환으로 계열 분리 이후 처음으로 그룹 홈페이지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계열분리 이전에는 'www.hyundai.com' 'www.hyundai.co.kr' 'www.hyundai.net' 등 3개의 도메인을 그룹 홈페이지로 운영했었다. 하지만 계열 분리 직후인 2001년 7월 현대자동차 소유였던 'www.hyundai.com' 도메인과 현대건설 소유였던 'www.hyundai.co.kr' 등 3개 도메인이 모두 현대차로 넘어갔다. 같은 시기에 현대그룹의 홈페이지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 현대차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www.hyundai-motor.com'이다. 현대차는 현대 관련 3개의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주소를 치면 현대차 홈페이지와 바로 연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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