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적성교육 모범학교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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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일 오전 10시 서울 반원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된 첫날이지만 운동장에는 20여명의 학생이 축구공을 쫓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교내 특기적성 프로그램인 축구 과목을 배우는 학생들이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들리는 악기소리. 바이올린과 플루트반에서 나는 소리다. 방송실에서는 아나운서 과정 수업이, 다른 교실에서도 독서토론과 수학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반원초에 개설된 과목은 33개 영역의 140여개 강좌. 특기적성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수도 이번 여름방학에만 1405명이다. 1900여명의 전교생 중 70%가 넘는다. 지난 1학기 때는 17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 볼 때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서울시내 551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550개. 모든 학교가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셈이다.

반면 참여율은 높지 않다. 서울시 전체 초등학생 72만6643명 중 32.2%인 23만5013명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원초가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향옥 특별활동부장은 "사전에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을 다니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강좌와 수준, 수강료 등에 대한 조사를 한다"며 "학기마다 수강생이 적은 강좌는 과감하게 폐강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학부모 설명회와 공개수업 등으로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 것이 적중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두 과목 이상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중간에 비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 도우미 교실'을 연 것도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사들의 수강료를 현실화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반원초와 같이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우수한 강사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공간도 부족하다.

또 학습효과를 내려면 수업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도 중간에 끊기는 경우도 적잖다. 대부분의 강의가 주 1~2회에 그치는 데다 일정 학생수가 모이지 않으면 폐강되기 때문이다.

이근선 반원초 교장은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정착되려면 교육부 등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한편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교장에게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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