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스타]예술종합학교 권용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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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잔치는 끝났다' 는 나이 서른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인생의 역정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이 '졸업 - 취직 - 결혼' 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면 지나친 걸까. 여기 결코 평범하지 않은 젊은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4학년 권용국 (30) 씨. 시나리오를 전공, 연출제작을 부전공으로 택한 그가 영화감독을 꿈꾸게 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 - .몸이 아팠던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절 생활. 일기쓰기와 도스토예프스키에의 탐닉.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은 이제 자신이 머물 곳이 아니었다. 2학년이 되면서 자퇴를 했다. 그제서야 지난 시절의 잠시 공백이 다가올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알아 차렸다.

클래식 음악감상실에서 DJ생활을 시작했다.

만 5년. 대학 다니는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은 별로 일지 않았다.

하지만 91년 서해안.제주도 무전여행에 이어 한달간 무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많은 것들, 특히 사회문제….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소설을 공부했다.

묘사가 주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묘사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 권씨가 생각해낸 가장 효과적인 이미지 전달 수단은 오히려 영화였다.

결국 3학년때 다시 자퇴를 감행했고 예술종합학교의 새내기가 되었다.

이제까지 5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지향하는 영화는 시공이 해체된, 기승전결 구조를 파괴한 영화. 그렇다고 재미없거나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다만 새로운 영화일 뿐. 친구들이 말하는 권씨는 '보기 드물게 부지런한 학생' 이다.

수업만으로도 빡빡한 학교생활인데도 그는 다른 과 행사나 공연에도 어김없이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다.

그저 좋아서다.

그것도 모자라 제작준비중인 충무로 영화 '북경반점'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할 거라곤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소망은 제가 쓴 시나리오로 연출하는 영화감독 겸 시인.소설가가 되는 거지만요. " 그라면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잔치' 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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