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월드컵]왕년 스타들 “세월은 못속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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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겹겹 수비숲을 헤치며 대포알같은 슈팅을 날려대는 월드스타들도 세월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이의 벽을 넘지 못해 벤치신세나 교체멤버로 전락한 왕년의 스타들이 많아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94미국대회에서 6골을 작렬시키며 불가리아를 4강에 올려놓은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32) .파라과이전에서 그는 4년전 화력은 고사하고 마크맨에게 내내 신경질을 부리는 등 자기 성질조차 제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로타어 마테우스 (독일.37).데얀 사비체비치 (유고.33)에 비해 행복한 편이다.

90이탈리아대회 MVP 마테우스는 기량이 녹슬어 벤치에서 감독의 교체사인을 기다리는 처지. 절정기때 맞은 94미국대회를 TV시청으로 만족해야 했던 한을 달래며 이번 대회를 별러온 '발칸의 펠레' 사비체비치 역시 마테우스와 동병상련. 86멕시코대회 때 벨기에 4강돌풍의 주역 엔조 시포 (32) 는 감독과의 불화까지 겹쳐 냉가슴을 앓고 있다.

94미국대회 당시 '축구황제' 펠레가 극찬했던 콜롬비아의 플레이메이커 카를로스 발데라마 (37) 의 경우 변치 않은 것은 금빛 갈기머리 뿐. 루마니아전에서 걸핏하면 수비수들에게 받혀 나뒹굴며 심판에게 '카드 (경고나 퇴장)' 를 뽑으라는 제스처를 연발했다.

찰거머리 수문장 수비사레타 (스페인.37) 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동점골을 헌납했고, 지칠 줄 모르는 몸놀림으로 '작은 병정' 이란 닉네임을 얻었던 카시라기 (이탈리아.29) 도 감독눈치를 보며 벤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밖에 게오르게 하지 (루마니아.33).베베토 (브라질.34) 등은 그런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으나 후반 중반이면 퍽퍽해진 다리를 이끌고 벤치로 물러나 가쁜 숨을 몰아쉬기 일쑤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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