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올 KLPGA 3승 ‘상반기 그린 퀸’ 유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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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LPGA 투어에서 떠오른 스타는 단연 유소연(19·하이마트)이다.

서희경을 밀어내고 2009년 여자프로골프 최고 스타로 등극한 유소연이 신록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유소연은 “하루에 8시간 동안 퍼팅 연습을 하고 나서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상반기 9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2승의 서희경(23·하이트)을 밀어내고 다승 선두에 나선 그다. 24일 유소연을 만나 상반기를 마친 소감과 올 시즌 목표를 들어봤다.

“상반기에만 벌써 3승이라니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지요. 원래 올해 목표를 5승으로 정했는데 벌써 절반 이상 달성했으니까요. 목표 수정요? 그건 일단 5승을 거두고 난 뒤 생각해 볼게요.”

표정이 매우 밝았다.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에게 한턱내기 위해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무척 바쁘다고 했다.

지난주 에쓰오일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친 끝에 역전 우승을 한 비결부터 물어봤다.

“프로 무대에 와서 뒷심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속이 상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좀 풀렸어요. 3승을 거둔 비결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자신감이지요. 지난달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자신감이 생겼어요. 기술적으로는 퍼팅이 좋아졌고요. 두산매치플레이를 앞두고 하루 날을 잡아 8시간 동안 퍼팅 연습만 했는데 그때부터 감이 왔어요.”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라이벌 최혜용(LIG)과 연장 아홉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으니 말이다.

“클럽이 무거워 공을 치기 어렵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일 거예요. 나중엔 제대로 스윙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쳤으니까요. 특히 그날 저는 (준결승에서도 접전을 펼쳐) 혜용이보다 4홀 이상 경기를 더 했잖아요. 16강전과 8강전에서도 연장전을 했고요. 그대로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두산매치플레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제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대회로 남을지도 모르겠어요.”

유소연은 그리 유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어렵게 운동을 했다. 올해 상금만 2억원을 넘게 벌었는데 돈 관리는 어떻게 할까.

“돈 관리는 엄마가 하셔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동생이 바이올린을 하는데 부모님이 제 뒷바라지를 하느라 동생한테는 신경을 못 써 준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마추어 때는 ‘이 다음에 돈을 많이 벌면 동생한테 좋은 바이올린을 사 주겠다’고 다짐했어요.”

유소연은 집안 형편 이야기를 하는 게 달갑지 않은 듯했다. 어머니 조광자(53)씨는 “2006년 아시아게임(카타르)을 앞두고 소연이가 대표선수로 뽑혔는데 응원을 가려면 5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500만원이면 우리 집 석 달치 생활비였다. 결국 형편상 응원을 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유소연은 지난해엔 최혜용에게 신인왕 타이틀을 내줬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완벽주의자거든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아마추어 땐 원하는 걸 다 이뤘는데 프로 무대에선 신인왕 타이틀을 놓치고 만 거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신인왕 못 하면 어떠냐’며 격려해 주시더군요. 저로선 첫 실패를 맛본 셈이었는데 그걸 계기로 조금 더 성숙해졌어요. 만약 신인왕을 차지했다면 좀 거만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박지은.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과 카리스마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이승기 스타일의 편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유소연은 8월 재개되는 하반기 대회를 앞두고 다음 달 호주로 건너가 샷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정제원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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