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외팔이' 골프코치 최영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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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골프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지난 3월부터 춘천 강원체고와 후평중 골프팀 코치를 맡고 있는 '외팔이 골퍼' 崔榮煥 (41) 씨는 길지않은 인생에서 일찍이 맛보지 못했던 즐거움속에 산다.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한국 중.고생 골프대회 예선전에서 자신이 키우고 있는 趙斅浚 (15.후평중 3년) 군이 7언더파로 중학생 한국신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이달말 본선이 남아 있긴하지만 제자가 이같이 두각을 나타내니 그동안 불편한 몸으로 씨름했던 날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崔씨가 오른손을 잃은 건 19세 때인 지난 77년. 춘천 창촌중 출신인 그는 서울 플라스틱그릇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손목 위 10㎝가량을 잘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절망 속에서 지내던 崔씨는 80년 경기도 부천의 한 골프연습장에 사환으로 근무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골프인생을 시작했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우연히 골프채를 휘둘러본 게 그만 골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는 성한 몸도 아닌 그가 골프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괜한 객기를 부린다고 눈치를 주곤했지만 그럴수록 崔씨는 "두고보자" 며 이를 악물었다.

골프연습장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영업이 끝난후 자정 넘어까지 연습을 했다.

골프 교본은 모두 두팔을 가진 정상인을 위한 것이어서 외팔이인 崔씨는 자신의 신체에 맞게 자세를 잡아가며 독학으로 골프를 해야 했다.

골프에 '제2의 인생' 을 건 지 7년 - .

마침내 崔씨는 87년 정상인도 통과하기 힘든 프로골프 지도자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골프실력은 핸디8. 이듬해 고향으로 돌아온 崔씨는 그동안 골프연습장에서 레슨코치 일을 해오다 학부모 추천으로 올들어 강원체고.후평중 골프팀을 지도하고 있다.

崔씨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연습 덕분이었다" 며 "이같은 경험을 살려 골프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우선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고 말했다.

춘천 = 박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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