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지나갔나 … 맑아지는 부동산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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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上底下高)’. 지난해 말 많은 부동산 전문가가 언론에 쏟아낸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의 골자다.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올 상반기에는 부동산 값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일단 빗나갔다. 적어도 상반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그렇다. 상반기에 이미 집값이 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이전 최고 가격을 회복했거나 넘어선 단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하반기 이후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역·상품별로도 온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처럼 부동산 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집값 상승세 본격 진입” 전망 우세=지난해 말까지 침체일로를 걷던 주택시장은 올 들어 서울 강남권을 필두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상승세가 버블세븐 지역은 물론 서울 및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매매시장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건설경기 회복을 엿볼 수 있는 분양시장과 분양권 시장도 호조세이고,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투자 열기가 뜨겁다.

그렇다면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바닥을 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노(No), 머지않아 예스(Yes)”다. 시장 상황이 당장 급반전하지는 않더라도 이르면 올 3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바닥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전략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때문이었다”며 “하반기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규제 완화 효과까지 겹쳐 집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분양시장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본격적인 상승기 이전인 올 하반기에 내집 마련 및 투자에 나서볼 만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다. 다만 시장이 다소 불안한 만큼 ‘추격 매수’보다는 ‘저가 매수’ 전략을 고수할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집값 오름세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계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주택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상품별 온도 차 뚜렷=지방의 경우 경기 회복에 따라 미분양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는 집값이 오름세를 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GS건설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지방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이 심각한 데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의 이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각종 규제 완화에도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수도권이라도 지역별 양극화가 예상된다. 미래 가치가 높으면서 대형 개발 호재도 안고 있는 지역에만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격·브랜드·입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매입이나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상가·오피스텔·토지시장은 ‘곳곳에 따라 맑음’이 점쳐진다. 비인기 지역과 상품에는 찬바람이 불겠지만 돈이 될 만한 곳엔 투자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돌던 부동자금이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상품으로 흘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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