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원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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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퇴출대상 부실기업 발표 이후 "빅딜이 생산시설을 경쟁력 있게 바꿔놓는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며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재편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금감위가 빅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가.

"빅딜이 구조조정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구조조정 수단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다반사다.

중복사업의 맞교환을 통해 과당경쟁 여지를 없애고 부실대출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경우에 따라 빅딜은 의미가 있다. "

- 이번 퇴출기업 명단엔 빅딜이 거론되는 업체들은 빠져있는데 향후 추진될 빅딜을 고려해서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번 판정의 결과는 전적으로 각 은행이 갖고 있는 회계.여신자료 등을 토대로 나온 것이다. "

- 시장경제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해왔는데 5대 그룹 계열사를 퇴출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개입한 이유는.

"시장이 부서지다시피 해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존중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없으나 시장이 정상적이지 못할 경우엔 개입할 수밖에 없다. "

-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사업교환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자동차업종을 언급했는데 삼성자동차를 염두에 둔 것인가.

"특정 기업을 거명하진 않겠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문이 자동차업종이며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에 대한 금융기관의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 퇴출기업이 합병이나 증자 등 독자적으로 회생노력을 시도할 때 이를 인정할 것인가.

"부채상환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

- 부실판정 기업에 채무보증을 서준 계열사들이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는데.

"채무보증을 감당하지 못하는 계열사의 경우 그럴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기업과 금융기관간 협의를 통해 해결돼야 하며 계열내 활발한 구조조정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우려는 없나.

"이번에 퇴출되는 기업은 이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혹은 불건전채권으로 처리돼 있기 때문에 새롭게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느는 것은 아니다. "

- 이번에 발표된 기업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이고 상장사는 극히 소수여서 이번 판정이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명백한 회계자료만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 계열 내부간 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계열 내부간 자금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

그 결과 채무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이 해당기업의 독자적 회생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판단토록 할 계획이다. "

- 64대 계열기업에 대해 7월15일까지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군을 선정토록 한 것은 재벌을 해체하려는 것인가.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부실판정에 나서라는 의미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이나 합병이 활발해지면 일부 재벌의 사실상 해체도 가능할 것이다. "

- 5대 계열사중 원리금 상환능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되는가.

"원칙적으로 자생력이 없는 기업이 그룹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

- 부실기업에 대해 조용히 여신을 회수하면 되지 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어떤 효과가 있는가.

"시장이 정상적이라면 이렇게 한꺼번에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기업을 평가해 퇴출시키지 못해 부실이 누적됐고 그 결과 고통스러운 강제퇴출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

- 부실기업 판정에 대해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나 세계은행과도 협의했나.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서로가 의견을 같이 했다. "

- 퇴출기업으로 인해 생기는 실업자 대책은 있나.

"기본적 실업대책 외에 이번 부실판정으로 발생할 실업자를 위한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다. "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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