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정계개편.의원영입 움직임에 맞서 17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는 최근의 급냉정국을 반영한 대여 (對與) 성토가 주조를 이뤘다.
그러나 정책대안과 이념의 부재 (不在) 등을 지적하며 제1야당의 정체성 확립을 촉구하는 자성 (自省) 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진솔한 호응' 을 얻는 분위기였다.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는 격려사를 통해 '포스트 김대중시대' 를 준비할 선진화 세력의 탄생과 '토니 블레어 창출론' 등 다양한 당 개혁안을 제시했다.
8월 경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듯했다.
李명예총재는 "김대중정권을 단순한 호남정권으로 볼 수는 없으며 좋든 싫든 민주화 세력이 기반인 '김대중의 새시대' 가 열리고 있다" 고 단언. 그러나 그는 "金대통령이 국민설득과 도덕성의 기초로 삼는 키워드인 민주화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며 "합리적 사고와 도덕성으로 시대변화에 맞춰 과감한 도전을 시도할 새 리더십과 선진화 세력이 필요하다" 고 역설했다.
李명예총재는 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중산층은 김대중시대의 '민주화' 의 한계를 감지하면서도 우리 당을 대안세력으로 보지는 않는다" 며 "당명개정은 물론 당헌상 이념.정체성도 재고해 '나라망친 당' 의 망령을 깨끗이 씻자" 고 제안했다.
이어 "우리 당에서도 토니 블레어가 나와야 한다" 고 전제, "위치도 정립 안된 우리 당에서 토니 블레어가 나오기는 힘든 만큼 무엇보다 당 재건이 시급하다" 고 거듭 강조. 반면 조순 (趙淳) 총재는 "여당은 야당체질을 벗지 못하고 우리 당을 파괴할 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며 "7월 보선 압승으로 우리 당이 전국정당임을 확인시키자" 고 화살을 야당으로 돌렸다.
이어진 '국회활성화와 정국주도방안' 토론회에선 갖가지 의견이 제시됐다.
이부영 (李富榮) 의원은 "핵심현안인 기업 빅딜.남북대화에 대한 입장 등 야당의 정책제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DJ정부를 앞서 끌고갈 정책개발" 을 채근. 함종한 (咸鍾漢) 의원은 "비판과 대응이 없는 만신창이 정당이 돼 여권에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다" 고 자조 (自嘲) 한 뒤 "전당대회를 잘 치러 강력한 지도체제를 확립하자" 고 톤을 높였다.
연찬회에는 외유.지역구행사.와병 등을 이유로 불참한 16명을 제외한 1백32명이 참석. 특히 탈당대상으로 거론되던 박종우 (朴宗雨) , 유용태 (劉容泰) , 장영철 (張永喆) 의원과 인천지역의 모든 의원 (외유중인 李在明의원 제외) 이 모습을 보였다. 이부영.제정구 (諸廷坵).김문수 (金文秀) 의원 등 당내 초.재선의원 14명은 연찬회에 앞서 회동을 갖고 '개혁세력의 전면포진' 을 요청키로 했고 신상우 (辛相佑) 부총재 등 부산의원들도 사전회동, 당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천안 = 최훈.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