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공간 라돈가스 '위험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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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의 지하철 역등 대도시 일부 지하공간의 라돈가스 농도가 위험치를 넘어서거나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원연구소 홍영국 (洪永國) 박사팀은 15일 최근 조사결과 서울의 경복궁역 (지하철 3호선) 과 대전 도마동 지하노래방등에서 미국의 허용기준치 (공기 1ℓ당 4pCi) 를 넘는 라돈가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복궁역은 4.1pCi, 대전의 노래방 두 곳은 각각 6.7, 5.6pCi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종로3가역 (지하철 3호선) 이 3.8pCi, 안국역 (3호선) 과 남태령역 (4호선) 이 각각 3.2pCi로 허용기준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돈가스는 우라늄이 붕괴돼 생기는 방사성동위원소로 이를 장기간 허용기준치 이상 흡입할 경우 폐암등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환경청 (EPA) 은 연간 이 나라에서 약 1만4천명이 라돈가스로 인한 폐암으로 사망, 담배에 이은 폐암의 주범으로 밝히고 있다.

EPA는 흡연자 1천명이 허용기준치인 4pCi 이상 환경에 노출될 경우 29명이, 비흡연자일 경우 1천명중 2명이 폐암에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원연구소 조사팀은 라돈가스치가 이처럼 높은 것은 암석내에서 라돈가스가 많이 발생되는데다 지하공간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라돈가스치가 높은 곳은 서울의 사당동.미아리.구파발 지역과 과천 일대, 또 대전의 도마동 지역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산 지하철역의 경우 대부분 1pCi 이하로 라돈가스가 허용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洪박사는 "라돈가스 농도는 적절한 환기를 통해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면서도 "자연발생량이 지나치게 많은 곳에서는 지하공간의 활용을 규제하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방사능 전문가들은 라돈가스가 호흡을 통해 기관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규제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기준치마저 없는 실정이다.

◇pCi (피코퀴리) 란

방사선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 라돈의 경우 1pCi는 1분에 공기 혹은 물 1리터중 라돈원자 2개가 붕괴해 강한 에너지의 α입자를 내는 정도. 이 α입자가 폐조직등에 손상을 줘 폐암등을 유발시킨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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