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은행평가]“은행문 바늘구멍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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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의 거듭된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은 아직 높기만 하다.

중앙일보 자매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실시한 제3회 '중소기업의 은행평가'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은행창구 사이에 괴리를 느끼는가' 라는 질문에 ▶정부정책과 은행창구가 따로 논다 (41.6%) ▶반영되기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25.5%)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그림의 떡이다 (23.4%) 라고 응답하는 등 무려 90.5%의 중소기업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의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실적이 있는 우량 중소기업 4백17개 사를 대상으로 업체당 3개 은행까지, 15개 항목에 대해 평가서를 받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외환위기와 금융빅뱅의 여파로 고래 싸움에 등터진 새우꼴이 된 중소기업들이 받고 있는 고통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사대상기업의 49.2%는 여신을 만기전 회수하거나 재연장해주지 않아 고통받고 있으며, 31.7%는 순전히 은행의 자금지원 중단 때문에 부도 또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열악한 금융여건 때문에 올해 상위 10개 은행의 평균평점은 지난해 (3.34) 보다 0.62포인트 떨어진 2.72로 보통수준 (3)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대출이 힘드냐는 항목에선 모든 은행의 평점이 2점에도 못미쳐 (평균 1.84) 중소기업들이 신용대출을 얻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종합평가 1위는 지난해 3위였던 국민은행이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항목별 평가와는 별도로 '금융빅뱅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춘 은행' 을 묻는 설문에서도 무려 52.4%의 기업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리딩 뱅크로서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은행별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부문별 평가에선 ^거래조건에서 외환은행^거래의 투명성은 상업은행^서비스의 질에서는 신한은행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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