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시한 정해놓고 주한미군 철수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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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미 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상황 변화에 따라 향후 7년이라는 시한을 정해 두고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새로운 안보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인 경제전략연구소 (ESI)가 17일 발간할 예정인 '경제기적 이후의 아시아' 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는 "한국이 미국에 대한 안보 및 경제의존을 극복하고 자주적인 방위정책과 대북 (對北) 관계개선을 주도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가 논의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아울러 "중국 및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상호방위협정이 유효한 상황에서 한.미안보협정은 유지하되 미국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유지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한반도평화 4자회담과 별도로 북.미간 안보대화에 나서야 한다" 고 건의했다.

한편 한국의 경제위기와 관련해 이 보고서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 지원과정에서 과거 남미식의 불필요한 긴축정책을 강요할 경우 한국민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해 역작용이 생길 위험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따라서 "미국은 IMF와 한국간의 금융지원협상을 감시하면서 미국과 IMF 및 개인투자가들이 한국의 경제난을 자신들의 이익추구에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재정지원에는 명확한 조건을 붙여 공기업 민영화, 관료들의 자의적 정책간여 제한, 불공정한 무역관행 철폐 등을 한국정부측에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 (WTO) 의 긴급협의회를 소집해야 하며 미.일 시장의 장기적 통합을 위해 포괄적 경제협정 체결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을 목적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지원에 의존한 아시아국가들의 경제구조는 개방경제체제 정착 및 미국과 아시아국가들간의 안정된 관계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지역 안정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 결론짓고 있다.

세리그 해리슨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과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 ESI소장이 공동책임을 맡은 정책보고서 작성에는 테드 카펜터 케이토 (CATO) 연구소 부소장.찰스 프리먼 전국방부 차관보.게리 후프바오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찰머스 존슨 전스탠퍼드대 교수.유진 캐럴 퇴역 미군제독 등 30명이 참여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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