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40억 달러 '배당금 횡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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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과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가 돈벼락을 맞는다.

MS는 오는 11월 17일 현재 자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주당 3달러, 즉 320억달러 규모의 특별배당금을 주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발표했다. 이 회사는 또 정기배당금을 현재의 2배인 주당 32센트로 확정했다. MS는 이와 함께 앞으로 4년 동안 자사주 3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총 750억달러를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조치다.

◇대주주들 떼돈 벌어=MS의 소액주주들은 파격적인 배당 소식에 당연히 환호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MS 주가는 5% 이상 올라 30달러에 육박했다.

최대 수혜자는 뭐니뭐니해도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12억주의 MS 주식을 보유한 게이츠는 36억 달러의 특별배당을 챙기게 됐다. 정기배당 3억8400만달러를 합치면 단번에 40억달러 가깝게 버는 셈이다.빌 게이츠 회장은 이 가운데 30억달러가량을 자선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4억1100만주를 보유한 스티브 발머도 특별배당 12억3000만달러와 정기배당 1억3150만달러로 13억달러 이상을 챙기게 됐다. 4억3190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 피델리티 매니지먼트는 특별 배당금 13억달러, 연간 배당 1억3820만달러로 14억달러 넘게 벌어들일 전망이다.

MS의 이번 조치로 배당금에 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해 온 부시 행정부도 힘을 받게 됐다. 부시 행정부는 35%에 달하는 배당 세율을 15%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고 의회와 맞서고 있다. 다른 우량기업들에도 배당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왜 거액 배당인가= MS 주주들은 '회사는 부자인데 우리는 배고프다'고 불평해 왔다. PC 운영체제(윈도) 등 분야에서 독점인 MS의 현금보유액은 무려 560억달러에 달한다. 근래에는 매달 10억달러씩 늘고 있다. 자연히 이를 나눠달라는 주주들의 압력이 커졌다.

더욱이 MS 주가가 6년째 게걸음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배 요구는 극에 달했다. 주가가 안 좋은 상태에서 임직원에게도 스톡옵션이 더 이상 매력적인 보상 수단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는 등 '중년의 위기'를 느낀 MS로서는 번 돈을 쉽사리 풀기 어려웠다. '국내외 반독점 소송 비용을 대야 한다''사방팔방에서 치고 들어오는 경쟁업체들과 싸우려면 실탄이 필요하다'는 게 그동안 배당을 미룬 구실들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좀 풀렸다고 본 것이다. MS는 최근 아메리칸온라인(AOL).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경쟁업체들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MSN 온라인 서비스 사업 부문이 지난달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배당을 미룰 만한 핑계가 많이 줄어든 셈이다.

한편 적잖은 배당 지출 부담으로 당분간 인수.합병(M&A) 쪽에선 한 발짝 물러서지 않겠느냐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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