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물보고서' 보고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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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동산을 빨리 팔고 싶으면 수익성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물건 종합보고서를 만들어라. "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싯가 2억원짜리 건물이 안팔려 고민하던 김종희 (서울 역삼동.45) 씨는 부동산 처분 보고서를 만들기로 하고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의뢰했다.

사진.건물대장만으로는 멀리 있는 매물을 소개하는데 한계를 느낀데다 문의하는 서울고객을 일일이 제주도로 안내할 수도 없는 점이 물건 보고서를 만들기로 결심한 동기. 서울 강동구 송파동에 있는 5층짜리 상가건물을 내놓은 유니온상사도 권리관계.임대예상 수익.상권분석등이 담긴 보고서 제작을 추진중이다.

요즘 경기침체로 부동산이 안팔리자 수익성은 물론 권리관계.입지조건.관리비용.상권분석.투자전망등 다양한 자료를 담은 매물 보고서를 만들어 매각상담에 나서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경기가 나빠 중개업소들의 흥정으로 이루어지는 종전의 거래방식으로는 처분이 안돼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신뢰성있는 홍보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중개업자나 팔 사람이 주변시세를 감안, 매매가를 정해 거래를 시키는 원시적인 방법이 통용돼 왔다.

선진국에서는 매물 보고서가 일반화돼 있어 이런 자료가 없을 경우 처분할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려할때 이런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인컨설팅 (02 - 313 - 4085).건국컨설팅 (02 - 529 - 0033) CPD (02 - 3486 - 2100).우리감정평가사합동사무소 (02 - 581 - 7800) 등 관련 업체에 보고서 작성일감이 현재로선 미미하지만 한두건씩 의뢰되고 있으며 이들 업체도 직접 매물을 내놓은 기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물건 보고서의 필요성을 강조, 일감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고서는 대개 1백~3백쪽에 매물의 입지나 권리관계등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입주업체들의 임대내역.경쟁상권 분석등을 담게 되고 이에 따라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예상 임대수익등을 통해 부동산 매매가를 조정하는 자료로도 활용된다. 물건 보고서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조만간 일반화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 유망 업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부동산 분석기법을 제대로 전수받은 업체가 거의 없고 앞으로 검증안된 부동산컨설팅업체까지 이 시장에 참여할 경우 부실 보고서가 양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개발 종합컨설팅업체인 CPD 임명식 사장은 "부동산에 대한 가치와 투자전망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그 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다" 면서 "선진국에서 이런 업무를 취급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일감을 맡기는게 좋다" 고 말했다.

제작비는 1백쪽에서 2백쪽 분량을 기준으로 1백만~5백만원선으로 일반 감정평가 보고서에 비하면 매우 싸다.

우리감정평가사합동사무소 호병일 대표는 "그동안 의뢰받은 일감의 경우 수익성등을 담은 물건 보고서가 아닌 특수한 감정평가 용역이어서 건당 3천만~6천만원 정도 받았다" 면서 "요즘 시장이 일반 부동산으로 확대되면서 용역비가 대폭 조정됐다" 고 말했다.

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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