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 어떠세요?] 고3 학생 3명, 동국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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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자기추천 전형에 가상지원한 임윤정·황윤영·황유선양(사진 왼쪽부터)이 캠퍼스에서 합격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명헌 기자]

자기추천 전형은 학생부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사진 왼쪽부터 유흔우 교수사정관과 김홍희·김광주 사정관. [최명헌 기자]

동국대 자기추천 전형은 학생부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추천서 와 포트폴리오 등의 서류를 통해 전공 관련성 과 자기주도 능력, 창의성·충실성을 평가한다. 한만수(51·국문과) 교수사정관은 “지원 학과 관련 교과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이유를 물을 수는 있지만, 성적이 나쁘다고 감점하지는 않는다”며 “고교 과정에서 꾸준히 해온 특별활동 경험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일 실시된 모의면접에서도 사정관들은 자기추천 전형에 모의 지원한 숙명여고 3명의 학생에게 교과성적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이날 면접에는 한 교수사정관을 비롯, 유흔우(51·철학과)·성정석(41·생명과학) 교수사정관과 김경숙(36·여) 상임사정관 등 1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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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활동 경험 강조하세요 … 성적 낮다고 감점 않습니다

최석호 기자

백일장 입상 경력 없네요, 다른 전형 도전을
황윤영(숙명여고 3) 국문과 지원

황윤영양이 국문과에 지원한 이유는 ‘국어’라는 학문을 좀 더 깊게 공부해 좋은 국어교사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다. 자기추천서에서 그는 스스로의 장기를 글쓰기라고 표현했다. 한만수 교수사정관은 “글쓰기가 특기라는 학생이 고교 재학 중 글쓰기 대회 경험조차 없다는 건 큰 문제”라며 “국어교육과 커트라인이 높아 국문과로 선회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면접에서 황양은 “최근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 대해 말해 보라”는 사정관들의 질문에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었다”는 일반적인 답변을 했다. 김경숙 사정관은 “자기추천 전형의 경우 사정관들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며 “정확히 대답하지 못하는 건 큰 감점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정관들은 “황양이 1단계 서류평가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특별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이다. 한 교수사정관은 “지난해 자기추천 전형으로 국문과에 합격한 학생 대부분이 전국 단위 백일장에 입상한 경력이 있었다”며 “리더십 전형 등 다른 전형으로 도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역활동서 얻은 교훈을 지원동기와 연결을
임윤정(숙명여고 3) 철학과 지원


임윤정양은 지원 학과인 철학과와 관련한 특별활동 경험이 없다. 철학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는지 묻는 질문에도 “많이 읽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광주(34) 사정관은 “통역 봉사 등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있어 철학과에 지원했다는 식의 동기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내용 점검표에서 1순위를 ‘개근상’으로 적어낸 임양.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유흔우 교수사정관은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때는 반드시 우선순위를 정하고, 왜 그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까지 생각해 둬야 한다”며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 나열식 포트폴리오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동국대는 학생부 교과성적을 보지 않는 대신 자기추천서를 통해 학생의 논리력과 요약능력을 평가한다. 김경숙 사정관은 “특별활동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얻은 느낌과 교훈 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가지 활동을 했더라도 참가 이유와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명확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 관련 실적 포트폴리오에 첨부하길
황유선(숙명여고 3) 바이오학부 지원

황유선양은 자기추천서에서 과학 관련 실적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출한 포트폴리오에는 그 부분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정석 교수사정관은 “업적이 뛰어나더라도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없다면 신뢰감을 줄 수 없다”며 “자기추천서에 기재한 내용과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첨부하라”고 조언했다.

황양은 1·2학년 학급회장을 거쳐 지난 2월까지 전교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제출 서류에서도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정관들은 “자기추천 전형에서는 리더십 경험과 지원 학과의 연계성이 없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인지(31·여) 사정관은 “리더십 전형을 노리는 게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리더십 전형에는 바이오학부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 지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추천 전형을 고집한다면, 서울시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보고서 수상 실적을 강조해야 한다. 성 교수사정관은 “고교 시절 의료봉사 활동 증빙자료를 첨부하고, 해당 기관장의 평가서를 첨부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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