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업매출 33년만에 최악…고개떨군 경제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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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바닥을 다지는 것인가, 아니면 끝이 없는 추락인가 - . 일본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갈수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를 빼고는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다. 엔 약세도 반짝 효과일 뿐이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재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산업지표 = 일 대장성은 지난 1분기 전 산업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6.8% 줄어들어 지난 55년 이후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 (3%→5%) 이후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매출액이 무려 7.1%나 감소하면서 불황을 선도하고 있다.

물건이 안 팔리니 기업 수익과 투자마인드도 급속히 악화됐다. 1분기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전년동기보다 25.4%나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3년만에 마이너스로 반전, 5.8%가 줄어들었다. 대장성은 이미 경기후퇴, 즉 불황 돌입을 선언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12일 발표될 97회계연도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도 마이너스 0.3% (자딘 플레밍증권 전망)~0.7% (샐러먼 브러더스) 로 23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해지고 있다.

◇디플레 압력 = 일본 금융백서는 올해 최대 현안으로 '소비위축→과잉재고→판매부진→생산감소→실업증가→물가하락' 으로 이어지는 디플레 악순환을 꼽았다. 실업률은 4.1%로 50년대말 이후 최악이다.

6월 닛케이상품지수 (70년 = 1백) 는 1백11.73으로 2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루베니 (丸紅) 상사는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의 신통력이 사라졌다" 며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해도 디플레 압력을 막기 힘들다" 고 지적했다.

◇동반 침몰 = 엔화 약세와 함께 홍콩 증시의 주가는 3년만에 최저치, 대만달러화는 11년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중국의 수출도 5월중 감소세로 돌아섰다. SBC워버그 증권의 경제분석가 사이몬 오가즈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대에 머물 것" 이라며 "엔화가 달러당 1백80엔까지 내려가면 중국의 위안 (元) 화 절하, 홍콩의 페그제 포기는 불가피하다" 고 전망했다.

◇전망 = 경제전문가들은 ▶미.일의 외환시장 협조개입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인상 ▶일본의 과감한 추가 경기부양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분간 이런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 대장성은 일단 "16조6천억엔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돈이 풀릴 9월을 지켜보자" 는 입장이다.

천정에 달한 미국의 주가도 9월쯤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미국 경기가 설비투자 대신 개인소비 확대에 의존하고 있어 고 (高) 성장도 한풀 꺾일 것이고 그때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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