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매니어도 다른 음료 마시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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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100년 먹여살린다.”

마케팅 업계에선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브랜드 이미지만 확실하게 자리잡으면 웬만한 경기 변동이나 가격 인상에도 고객층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기업들이 멤버십 할인, 마일리지 혜택 등 충성도를 높이려는 목적의 다양한 판촉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 갈수록 심해지는 경기 침체 탓에 이런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 내 685개 소매점의 3200만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한 브랜드만 고집하던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 기간 중 다른 브랜드에도 손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성도 높던 고객들이 보다 싼 가격의 제품으로 옮겨간 것이다. 3분의 1가량은 아예 예전에 즐겨 사던 브랜드를 전혀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카콜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100명으로 봤을 때 조사기간 계속 코카콜라를 고집하는 이는 75명으로 줄었다. 17명은 다른 콜라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으며 8명은 아예 코카콜라를 끊었다. A1 스테이크 소스의 단골 고객 가운데 조사 기간 이 브랜드만 계속 구입한 고객이 50%로 감소했고, 진통제를 살 때 타이레놀만 주문하는 이도 35%로 줄었다.

예전에도 유명 브랜드보다 훨씬 값이 저렴한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L)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최근처럼 경쟁 브랜드의 작은 할인 혜택에도 소비자들이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없었다고 FT는 전했다.

노스웨스턴 경영대학원(켈로그스쿨)의 에릭 앤더슨(마케팅) 교수는 “소매시장에서 가격과 판촉 행사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각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고객들을 빼앗기는 것은 순간이지만, 다시 그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최고 마케팅 담당자(CMO)협회와 포인터 미디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포인터 미디어네트워크의 토드 모리스 부사장은 “기업들이 (기존 브랜드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눈 가리고 총 쏘듯 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목표를 정해놓고 마케팅을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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