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스타]성균관대 한문학과 조혁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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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백65일 한복 차림에 여름엔 부채를 든다.

때로는 긴 칼을 차고 다니는 사람. 그러기에 별명은 '부채도사' '청학동' .오죽하면 빠른 걸음 탓에 축지법을 쓴다는 소문까지 돌았을까.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 조혁상 (22) 씨. 그냥 그렇고 그런 대학가의 괴짜로 섣불리 판단내리는 건 곤란하다.

우선 본인의 평가는 이러하다.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젊은이. 어릴 때부터 역사, 선조들의 족적, 우리 것의 뿌리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전통이 가지는 멋이나 과거에의 향수도 많이 느꼈구요. " 그래서 선뜻 한문학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한복은 대학 입학 때부터 입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내기 시절엔 머리까지 삭발에 가까웠으니 오죽이나 말이 많았을까. '잘난 척 한다, 이상한 애다' 라는 수군거림을 듣기도 했지만 차츰 친구들은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산재단 4년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등 공부도 열심이었으니까. 그의 한복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96년 여름 한달간 유럽여행을 하면서도 삿갓에 도포를 입고 다녔다.

"밤거리를 편하게 다닐 수 있었죠. 외국인들이 무슨 사무라이나 닌자쯤 되는 줄 알더라구요. " 하긴 우리 스스로도 우리 복식에 이상한 눈길을 보내는 판 아닌가.

전통도 역사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조씨의 생각이다.

그래서 정통한복이 아닌 생활한복을 즐겨입고 가끔 한복집에 옷자락을 길게 해달라는 등 특별주문을 하기도 한다.

왜?멋있으니까. 집 - 학교, 그리고 송명호 시인의 개인서당인 우린정 서당에 다니는 게 일상의 대부분이다.

아직은 "경서를 곁눈질하는 정도" 라고 겸손의 말을 덧붙인다.

여기에 심신수양을 위해 검도를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목검.죽도, 게다가 진검까지 칼 수집은 그의 취미이기도 해 지금까지 모은 세계 각국의 칼만 해도 55자루에 이른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한문학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그의 계획. 학문이 깊어지면 전통문화 활성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거란다.

그러고 보니 조씨의 모습이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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