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카이스갤러리 홍승남 조각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흔히 동그라미와 네모는 상반된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원만함과 고지식함, 부드러움과 딱딱함. 형태의 특성에 충실하게 표현하자면 둥근 것과 모난 것은 이렇게 극과 극으로 대비를 이룬다.

바로 이 원과 사각의 기하학적 형태를 3차원 공간 속에서 절묘하게 빚어내는 홍승남 (43) 씨의 조각전이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열린다.

02 - 511 - 0668. '원과 사각의 변주' 라는 전시제목처럼 홍씨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원과 사각형이 다양한 생김새로 만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두가지의 극도로 단순한 형태만이 반복되는, 어찌보면 비개성적이고 기계적인 작품은 미니멀 조각을 떠올린다.

틈새가 보이지 않는 질서, 그 형식적 엄격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미니멀 조각들이 작가 개개인의 개성의 흔적을 지워버리면서 그 자리를 누구라도 대체가능한 구조들로 채워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홍씨의 작업은 큰 차이를 보인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면서도 표면 광택을 죽이는 노동의 흔적을 남겨 놓기 때문이다.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는 차가운 이미지의 재료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뒷마무리했음에도 현대도시의 삭막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대신 오히려 따스한 정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