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壽 맞은 수하르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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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2년간의 철권통치를 마감하고 지난달 하야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대통령이 8일 쓸쓸하게 77세 생일을 맞았다.

권력무상을 보여주듯 이날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그의 사저에서는 축하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하르토 일가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요구가 거세진 바람에 사저 주위의 경비병력만 강화됐을 뿐이다.

수하르토의 한 보좌관은 "수하르토의 측근이나 친지들이 그의 사임 이후 부패사건에 연루될까 두려워해 거의 발길을 끊었다" 고 말했다.

사저 주위에 배치된 군인들은 수하르토에게 더 이상 경례를 붙이지 않을 정도. 그가 오랫동안 길러 온 앵무새만이 아직도 대통령이라는 전 직함을 불러 줄 뿐이다.

수하르토는 사임 이후 위안을 얻기 위해 이슬람사원을 찾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손자들과 TV를 시청하며 보내고 있다.

수하르토의 오랜 친구이자 심복이던 하비비 신임대통령도 "수하르토 정권에서의 부패를 철저히 조사할 것" 이라고 밝히고 수하르토 사임 뒤 그와 한번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이틀전인 6일 이 나라 초대대통령인 수카르노의 생일때는 추종자들이 모임을 갖고 그를 추념해 대조를 이뤘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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