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그대로인데 전무 바뀐다고 업종 달라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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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03면

“전무가 바뀐다고 회사의 업종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가?” 요르단대학전략연구소 무스타파 하마르네 소장은 1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란 사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이란의 정치구조상 대통령의 지위는 한 회사의 전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사비가 아마디네자드 대안 되나

“회장과 사장의 역할은 이슬람 종교 지도부의 몫”이라고 하마르네 소장은 설명했다. 이슬람의 주류 정파인 수니파와 달리 시아파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정치지도자도 겸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고, 정치·경제·외교·사회 분야의 모든 정책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진다.

그는 “더욱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은 공약을 지나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방 언론이 개혁파로 분류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사진)에 대해서도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하마르네 소장의 분석이다.

무사비는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의 하메네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상업도시인 타브리즈의 상인이었다. 테헤란 인근 서민층 주거지역에서 대장장이를 하던 아마디네자드의 아버지에 비해 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예술가이자 정치 분석가인 부인은 대학총장과 대통령 정치고문을 지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정치 역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디네자드는 1979년 혁명 직후 미국 대사관 점거를 주도했고, 무사비는 혁명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의해 발탁돼 수년간 이슬람공화당 기관지인 ‘줌후리에 이슬라미’ 편집장을 맡았다. 이슬람혁명철학의 전파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이란의 이슬람혁명 수출을 담당하는 외교장관직에 올랐다. 연륜이 부족해 공화국수비대와 청년군사조직 바시즈의 중간계급 역할을 하던 아마디네자드와는 달리 무사비는 혁명 이후 새로 출범한 이슬람국가의 주요 직책을 수행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사비가 이란의 현재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에 의해 발탁된 총리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동향 출신에다 친척 사이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특별한 문제 없이 무사비는 하메네이와 함께 8년간 이란을 이끌었다. 요즘 개혁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최고 종교지도부와 뗄 수 없는 과거를 갖고 있다. 총리 시절 그는 강경파로서 핵 관련 암시장에서 원심분리기를 구입하도록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개발과 관련해선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다만 경제개방과 여성 인권 문제 등 몇몇 분야에서 아마디네자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사비가 이슬람혁명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이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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