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야영업 허용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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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는 8월부터 유흥업소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지고 내년 1월부터는 유흥업소 출입.고용이나 음주.흡연금지 연령이 만19세 미만으로 통일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식품접객업소 영업시간 제한 폐지로 90년1월 '범죄와의 전쟁' 때 시작된 유흥업소의 심야영업 금지가 8년여만에 전면 해제되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공무원 비리 근절과 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한다.

사실 유흥업소 심야영업 문제는 그동안 단속공무원 비리의 온상이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기적인 뇌물상납 업소를 공무원들이 인사때마다 인수인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뇌물업소는 번성하고 양심적인 업주들은 손해보게 돼 '법 지키면 손해' 라는 불신 풍조를 낳기도 했다.

탈법이 성행하면서 범죄예방과 미성년자 보호라는 당초의 목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고 차라리 규제를 푸는 게 낫겠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유흥업소의 심야영업 허용은 시기적으로 IMF시대를 맞아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먹고 마시고 놀자' 식의 흥청망청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조치만으로 뿌리깊은 공무원 비리가 근절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밖에 단속대상 미성년자의 나이를 만19세 미만으로 통일키로 한 것은 사실상 대학생.군인 등을 단속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나이에만 얽매이지 말고 대학생이나 군인 등은 단속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도 포함시켜야 또 다른 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규제 폐지에 따라 단속 수요가 훨씬 감소할 것이므로 당국은 엄정한 법집행에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적어도 유흥업소가 뇌물이나 탈법.편법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심야영업 허용이 과소비를 조장하고 미성년자 탈선을 부추길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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