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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여사 풀려나야 미얀마 미래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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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제(6월 19일)는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의 64번째 생일이었다.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은 미얀마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지지자들에게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재판은 정의를 향한 조롱일 뿐이다. 진실로 심판되어야 할 정의는 누군가가 여사의 가택을 침입한 사실이 아니라 애초에 여사가 수감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본인이 이끄는 당이 지난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최근 19년 중 13년을 수감돼 있었다. 고초를 겪고 있는 국민의 더 나은 그리고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수치 여사와 뜻을 함께한 2000명 이상의 다른 미얀마인 또한 수감되어 있다. 이러한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수치 여사는 언제나 평화와 화합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치 여사의 대화와 화합에 관한 제안을 묵살해 왔다. 희망과 도전의 상징인 수치 여사를 미얀마 사람들과 단절시키려고 했다.

폭정에 대항하는 수치 여사의 모습은 굉장한 영감을 준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원론적인 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얀마 주변 국가들과 유럽연합(EU), 유엔은 군사정부에 수치 여사의 석방을 독촉해 왔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은 거두지 못했다. 군사정부가 이토록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함께 여사의 석방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첫째, 우리는 민주주의와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을 지원해야 한다. 나는 미얀마 주변 국가들이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정치적 압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둘째,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을 독촉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 시일 내에 미얀마를 방문해 정치적 진보를 이루게 하도록 유엔 사무총장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군사정부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부분에 좀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정치적 쇼에 가까운 수치 여사의 재판에 참여한 판사들을 찾아내 제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세 가지 노력을 통한 국제적 단결은 수치 여사 상황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미얀마 정부는 지금 큰 갈림길 앞에 놓여 있다. 미얀마의 정치 수감자들은 고문당하고 있고, 소수 민족은 학살당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와 국회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침묵하는 한 2010년에 열릴 선거 역시 현 정부의 속임수로 이용될 것이다. 미얀마의 현 정권은 변화를 위한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미얀마를 더욱 깊은 고립과 빈곤, 갈등, 분쟁으로 치닫게 할 뿐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개혁의 길을 선택할 수 도 있다. 미얀마는 천연자원과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지리적으로도 역동적인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민주적인 개혁은 미얀마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드러나도록 해줄 것이다. 영국과 국제사회는 우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 만약 미얀마 정권이 개혁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미얀마의 개혁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