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 軍 갈등 빠리 수습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 경비정과의 무선 내용이 보고되지 않은 사건을 놓고 청와대와 군의 대립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교신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발단이 되더니 이제는 군이 작전상황을 언론에 흘렸다고 국가기강을 내세우며 추궁에 나서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국가 안보를 지키는 군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간에 이러한 갈등이 계속 확대되는 것은 나라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현대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군 통수권자와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 간에 이런 식의 갈등이 벌어질 수도, 벌어져서도 안 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국민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휴전선에 위기상황이 실제로 닥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건의 본질은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며, 해군이 이를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해 해결된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군이 북한함정의 교신내용을 즉각 보고치 않은 것이다. 따라서 군 통수권자는 해군의 작전에 대해서는 치하를 하고, 보고를 누락한 것에 대해서는 차후에 조용히 그 이유를 밝혀 책임을 물을 일이면 책임을 지우면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일도 아니다. 이런 간단한 일을 가지고 왜 목청을 높여 조사를 하느니, 통수권에 대한 도전이니 하는 말로 분란을 일으키는가. 우리 쪽의 한심한 행태를 보면서 북한은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우리의 이런 내부분열은 북한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NLL을 침범한 북한은 쑥 빠져 있고 청와대와 군이 치고받는 한심한 모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 간에 더 이상 이런 모습이 밖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빨리 조용히 수습해야 한다. 우선 군 통수권자답게 청와대가 좀더 대국적인 견지에서 이번 사건에 대처해야 한다. 특히 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처럼 비쳐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장병들은 포상하고, 문제가 된 보고채널에 대해선 왜 보고가 누락됐는지를 밝혀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문책할 일이면 문책한 뒤 사건을 일단락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