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애국자들 다 어디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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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냉엄한 실적 경쟁과 머니게임이 지배하는 미국 경영계에서 한 원로 기업인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과 애국심을 설파하고 나섰다.

투자회사인 블랙스톤의 피터 피터슨 회장은 최근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기업에 있는 애국자들은 모두 어디 갔느냐"면서 "미국 경제를 파산에서 구하려면 기업인들이 다시금 경세가(經世家.statesmen)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회장은 "정부지출 및 무역 부문에서 늘어나는 적자가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자본축적과 경제활동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데도 업계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기업 인생 50여년을 되돌아 보면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기업인들이 꽤 많았다"며 오늘날의 기업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피터슨 회장은 우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세계 경제의 재건을 위해 미국 내 기업 지도자들이 초당적 경제개발위원회를 구성한 사례를 들었다. 미국의 기업인들이 앞장서서 세계 경제를 살려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지도력이 성과를 거둔 데 대해 그는 "당시 기업인들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이익에서 벗어나 공공이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초 헨리 포드 2세 등 수백명의 기업인들이 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켜 연방 재정적자를 눈덩이처럼 부풀렸을지 모르는 정책들을 저지하거나 완화한 사례도 들었다.

최근의 기업인 리더십의 예로는 주주와 경영진의 연대를 위해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보유주식을 팔지 않기로 한 제프 이멜트 GE 회장을 꼽았다.

피터슨 회장은 "지금 미국은 빈 수레로 달리고 있다"면서 "신념을 실천할 기업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상무장관을 지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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