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서울시장 당선자] 돌아온 ‘행정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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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을 살리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과감한 개혁과 안정감있는 행정을 함께 펴나가겠습니다. "

4일 밤 일찌감치 승리를 확인한 고건 (高建) 서울시장 당선자는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가장 어려울 4년' 동안 서울시정의 지휘봉을 잡게된 사실 때문인지 기쁜 표정보다 무거운 얼굴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려운 시기, 서울시민들이 저를 택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며 'IMF시장' 을 누차 강조했다.

7년반만인 7월1일 이뤄질 高당선자의 서울시 재입성은 이렇듯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참이다.

90년 말 수서 택지 특혜공급 사건의 와중에서 물러났던 바로 그 자리다.

서울시민들은 '행정의 달인 (達人)' 을 다시한번 시장으로 맞게 된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다수도 "뭘 아는 행정전문가가 돌아오니 반길 일" "무난한 선택"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高당선자와 국민회의는 '시정 인수팀' 을 구성해 철저한 업무인수인계를 한다는 계획이다.

61년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뒤 '달인' 이란 별칭을 듣기까지 그의 경력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화려함의 연속이었다.

그중엔 '역대 최연소 도지사 (75년.37세.전남)' 기록도 포함돼 있다.

이번 당선으로 그는 '민선 서울시장' 이란 의미있는 경력을 하나 더 보태게 됐다.

병역면제 시비와 환란책임론 등으로 상처도 없지 않았다.

부인 조현숙 (趙賢淑.60) 씨도 재래시장.복지시설 등을 도는 지원활동으로 입술이 부르튼 상태. 그러나 高당선자측은 올바른 선거운동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단다.

高당선자는 3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른바 'KS 엘리트' 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지역계획 석사학위도 받았다.

교통.농수산.내무장관을 역임했지만 재임기간은 모두 짧았다.

12대 국회의원 (군산 - 옥구.민정당) 으로 정치판에 발을 딛기도 했던 그는 명지대총장 (94년) 으로 학계에 몸담으면서 다음을 준비해왔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긴 관료생활을 마감할 것으로 여겨졌던 그는 다시 새 정부와 서울시민의 부름을 받았다.

6척 장신 '탑건 (선거중 사용한 고건 당선자의 캐릭터)' 의 비행이 어떻게 펼쳐질는지, '다음' 을 생각하는지 여러가지가 주목된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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