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낯뜨거운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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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치러진 6.4지방선거는 관권.금권선거 시비는 줄어든 대신 각 정당과 후보들간 극심한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 말잔치였다.

특히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를 둘러싼 여야간 험구 (險口) 경쟁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한나라당은 "현정권은 국민회의에 줄 선 사람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국민은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릴 것" (金哲대변인) , "아무리 정치광고라지만 군대를 안가 총 한번 쏴보지 못한 고건 (高建) 씨에게 '탑건' 칭호를 붙이는 것은 공군전투기 조종사 전체를 우롱하는 행위" (張光根부대변인) 라고 몰아붙였다.

점잖게 승세를 굳히려던 국민회의도 마침내 '구원투수론' 을 들고나온 한나라당 최병렬 (崔秉烈) 후보를 향해 "DJ감독 취임초부터 발목잡기하더니 1회초부터 구원투수 타령만 일삼는 '급한나라당' 은 처음 본다며 팬들의 야유가 대단하다" (柳鍾珌부대변인) 고 꼬집었다.

사생활 의혹.환란 책임론 등으로 수세에 몰린 임창열 (林昌烈) 경기지사후보 (국민회의) 는 "사위도 능력있으면 아들보다 낫다" 는 '데릴사위론' 으로 낙하산 후보란 비난을 비켜갔다.

말대결의 절정은 한나라당 김홍신 (金洪信) 의원의 대통령 비방발언. "김대중대통령은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드르륵 박아야 할 것" 이라고 해 선거후 검찰소환이 예약된 상태다. 여야간 논리대결도 치열했다.

한나라당은 "과속하는 초보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빨간 신호등인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달라" (趙淳총재) 고 호소.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우리당에 경제파탄의 공동책임을 묻는 것은 방화범이 소방수에게 '화재현장에 같이 있었으니 너도 공범' 이라는 것과 같다" (朴炳錫 수석부대변인) 고 응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여당무죄 야당유죄, 호남무죄 영남유죄" "호남왕국 건설음모" 라는 야당의 비난에 국민회의는 "때가 묻고 능력이 없어 현정권에 발탁되지 못한 이들의 시샘" 이라고 반격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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