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도네시아 경제사령탑 기난자르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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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한국인과도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 지난 3일 자카르타시내 경제기획원내 집무실에서 중앙일보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경제.재정조정장관은 이같이 밝히며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각별한 배려를 해줄 것을 바랐다.

그는 어려워진 인도네시아 경제를 담당하는 최고 사령탑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위란토 국방장관과 함께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의 하야를 유도, 현 하비비체제를 탄생시킨 숨은 실력자다.

따라서 하비비 현대통령.위란토 국방장관과 함께 '차기 대권후보 3인'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다.

- 인도네시아 경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요.

"아시다시피 매우 어렵습니다.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국가입니다. "

- 인도네시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긴급히 처리해야 할 단기적인 처방과 시간을 갖고 착실히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계획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처방전은 간단합니다. 우선 국민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떤 경제정책도 허울에 불과합니다.

장기적 계획은 국제통화기금 (IMF) 과 손잡고 개혁일정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입니다. "

- 좀더 구체적으로 경제개혁안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첫째는 중소기업 우선정책을 펴겠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자본과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이나 첨단산업은 맞지 않습니다.

수출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신용회복 문제를 해결하는 게 둘째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인도네시아의 신용장이 거의 통용되지 않을만큼 국제신용문제가 심각합니다.

셋째는 노동집약적인 생산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현재 농업.제조업 등의 기반이 많이 붕괴돼 대량 실업을 유발시켰습니다. "

- 경제회복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랄 수 있는 정치개혁 일정은 어떻게 잡혀 있습니까.

"정치개혁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점이 무척 많습니다.

가장 분명한 것은 정치가 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은 하비비 대통령도 누차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선거를 하루빨리 치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전에 모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고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

- 한국과의 경제협력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경제를 살리자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한국인과도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내 사무실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저 자신 한국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각별한 배려가 있길 기대합니다. "

- 장관에 대해 차기 대권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의향이 있습니까.

"저는 지금 경제살리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다른데 신경쓸 여가가 없습니다. 나머지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저는 대통령직을 위해 정치적 캠페인을 벌일 의사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하비비 대통령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지지합니다. "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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