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오늘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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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18일(현지시간) 테헤란 주요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수십만 명이 참여해 지난 13일 투표 결과 발표 이후 엿새째 시위를 이어갔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현장 취재를 금지당해 목격자 진술과 전화 취재 등에 의존해 소식을 전했다.

이날 집회는 보수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패한 뒤 선거 불복 운동을 이끌고 있는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대규모 추모 시위 촉구로 이뤄졌다. 무사비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추모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으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목요일과 금요일이 주말이다. 무사비가 대규모 군중 동원이 가능한 주말 휴일을 맞아 아마디네자드를 압박하기 위한 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무사비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17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체포된 모든 시위 가담자를 석방하고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사비의 시위 독려는 화합을 강조하며 혼란 수습에 나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시위대들은 이날 친정부 민병대의 발포로 숨진 7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무사비의 선거 운동 상징색인 녹색의 손목 밴드와 머리띠를 한 채 도심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아마디네자드가 표를 훔쳐갔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내를 행진하며 침묵 시위를 벌였다. 19일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직접 금요 예배를 주관키로 예정돼 있어 이란 시위가 중대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하메네이가 제시할 국민 화합 방안이 대선 이후 촉발된 시위 사태를 봉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온 하메네이는 13일 개표 직후 “아마디네자드의 승리는 축제나 다름없다”며 그의 당선을 축하한 바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의 민중 봉기에 직면한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개혁파 인사를 추가로 검거하고 언론 단속을 강화하는 등 탄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보안 당국은 하타미와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측근들을 비롯한 수십 명의 개혁파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중부 이스파한 지역 검찰은 “국가의 안전을 해치는 자들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시위대를 협박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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