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징계 안 받게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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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바둑계에 몰아친 이세돌 폭풍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조훈현 9단이 YTN과의 인터뷰에서 “일인자는 일인자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한 이틀 후 이세돌 9단은 “휴직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해 또 다른 폭탄선언을 고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은 “전장에서 이탈한 탈영병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는가 하면, “선배 기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한철균 7단의 참회성(?) 발언이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수담을 즐기던 인터넷 바둑사이트는 인신공격과 극언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변해 비애감마저 느껴질 정도가 됐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일선 책임자인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17일 만났다.

-이세돌 9단과는 계속 접촉하고 있나.

“후지쓰배 때 만나 휴직계는 내지 마라. 이사회 징계 문제는 잘 될 것 같다고 했으나 고개를 저으며 묵묵부답이었다. 한국기원은 이세돌 사범이 바둑계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마음을 굳혔더라도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

-징계 문제는 이제 접었다는 뜻인가.

“휴직계를 낸 상태에서 징계로까지 가지는 말자는 게 내 생각이다. 결정은 이사회가 하는 것이지만 그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이사장(GS칼텍스 허동수 회장)과 교감이 있었나.

“휴직계 내기 전까지는 교감이 있었으나 그 이후엔 만나지 못했다.”

-한철균 7단은 동료 기사들의 결정에 대해 뚜렷한 규정도 없이 인민재판하듯 몰아붙였다고 했는데(프로기사회는 이세돌 징계안을 86대 37로 통과시켰다).

“한국기원 정관이나 규정만으로도 징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명쾌한 규정을 만들어 공표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은 면죄부를 주려는 뜻이었다.”

-기보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가.

“한국기원이 이세돌 9단의 저작권을 갖자는 게 아니다. 기보의 저작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힘을 합쳐 법에 반영하고자 프로기사 전원의 위임 도장을 받았다. 이세돌 9단이 혼자 도장을 찍지 않는데, 왜 싫은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

-이사회가 7월 2일로 예정돼 있고 이세돌 9단의 휴직은 이달 30일부터다. 그 전에 이사장이 이세돌 9단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 수는 없을까.

“이세돌 9단과 브랜드 계약을 한 킹스필드 차만태 회장으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세돌 9단이 이사장에게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고 싶다면 주선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세돌 9단이 일인자라 해도 전말을 제쳐놓고 한국기원이 잘못했으니 돌아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박치문 전문기자



“동생 마음에 상처 … 치유하는 데 시간 필요”

이세돌 형 이상훈 7단 

이세돌 9단의 친형인 이상훈 7단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사회 투표 이후 ‘일 처리’의 문제에서 ‘마음’의 문제로 변했다. 그게 핵심인데 모두들 핵심을 제쳐두고 한국기원이든 언론이든 일 문제만 얘기한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상훈 7단과의 일문일답.

-한국기원 이사장과 이세돌 9단이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9단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고 말하고 이사장이 불만 사항을 수용해 서로 존중하는 모양을 갖춘다면 빠른 시일 내 복귀도 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동생은 동료 기사들의 투표 결과를 보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핵심이다. 동생을 곁에서 봐서 느끼는 것이지만 결심이 확고해 당장은 해결책이 안 보인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놔두자. 쉬게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

-이세돌 9단은 6월 30일 휴직 후에도 중국리그는 출전하겠다고 했고, 구이저우(貴州) 팀을 꼭 우승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기원이 안 된다 해도 갈 것인가

“이사회가 불허하면 갈 수 없는 것 아닌가”(이세돌 9단은 13일 중국에서 쿵제 9단을 꺾으며 중국리그 17연승을 기록했다).

한편 18일 중국리그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이세돌 9단이 17일 입국 도중 항저우 공항 검역에서 미열(37도)로 인해 18일 새벽 1시쯤까지 격리되는 바람에 대국에 나서지 못했다. 7라운드 주장전엔 박문요 5단이 대신 나갔고 이세돌 9단은 현재 휴식 중이다. 이 9단은 27일 구리(충칭팀) 9단과 8라운드 주장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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