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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차익이 분양 성패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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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아파트가 17일 1순위 청약에서 91%가 미달됐다. 이런 결과에 많은 수요자가 의아해한다. 한강신도시는 입지여건이 좋고 서울 접근성도 괜찮아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곳은 아니라는 게 주택업계의 평가다.

그렇다면 최근 일던 청약 열기가 갑자기 식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청약 성적이 나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분양가, 정확히 말하면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SK건설 분양팀 이종헌 부장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싼 곳에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상반기 분양시장을 분석해 보니 ‘청약자들의 확실한 목표는 시세차익’으로 요약된다.


◆“시세차익만 노린다”=지난달의 인천 송도 더샵 하버뷰Ⅱ(502가구) 1순위 청약에는 3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송도 월드부동산 이경수 사장은 “당첨만 되면 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송도에서 처음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1200만원대에 분양됐다.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가량 낮다.

청라지구 아파트를 찾은 소비자들의 계산도 분명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2007년 청라에서 나온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3.3㎡당 1300만원대다. 상한제에 따라 분양된 요즘 아파트는 이보다 3.3㎡당 200만~300만원 싸다. 당첨만 되면 적어도 2년 전 분양가보다는 비싸지지 않겠느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대형이라면 1억원의 차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3.3㎡당 1300만원대에 분양된 광교신도시도 인근 용인시 신봉동 등의 미분양 아파트(3.3㎡당 1500만원대)보다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다.

반면 한강신도시 우미 린은 3.3㎡당 평균 1040만원대에 분양했는데, 김포 지역 아파트 시세(3.3㎡당 468만~795만원)를 웃도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포시 장기동 현대부동산 황인태 사장은 “인근 장기지구 아파트값보다 분양가가 더 비싼 게 원인”으로 풀이했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성수동에서 분양된 대명루첸(87가구)도 1순위에서 7명의 청약신청을 받는 데 그쳤다. 주변 시세보다 비싼 3.3㎡당 2600만~2900만원의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지방 분양 시장에 청약률 ‘0(제로)’ 단지가 속출하는 것도 주변 시세를 웃도는 분양가가 원인이다.

◆고분양가 아파트 줄어들 듯=이런 현상의 저변에는 주택시장 환경이 변하고 수요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게 깔려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입지와 생활여건(교육 등)을 많이 고려하지만 요즘에는 특히 싼 분양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분양컨설팅업체인 한아름기획의 강주택 사장은 “집값이 계속 오를 때는 주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에 수요자들의 저항감이 작지만 요즘처럼 주택시장 움직임이 둔할 때는 수요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곳에서 나온 아파트도 분양가 차이로 청약 결과가 엇갈린다. 올해 나온 서울 용산푸르지오는 지난해 분양한 인근 D아파트보다 3.3㎡당 200만원가량 쌌다. 결과는 D아파트는 많이 미분양됐고 푸르지오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올렸다. 청라지구도 똑같은 입지여건인 데도 2년 전 아파트는 분양가 저항에 막혀 대거 미분양됐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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