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Sketch] 궁금해, 너의 뒷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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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뒤쪽이 진실이다”라는 말을 했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여류사진가 에두아르 부바가 찍은 사진과 함께 엮은 산문집 『뒷모습』의 서문에서다.

압구정동 거리를 걸으며 앞사람의 뒷모습을 관찰한다. 직업병이다. 본격적인 여름철로 진입하면서 많은 여자가 시원스레 다리를 내놓고 다닌다. 1965년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미니스커트를 만든 이래로, 여성은 다리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됐다. 한때 발목만 보여도 충격적인 도덕성 논란이 일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그게 뭐?”일 뿐이다. 깡마른 여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때도 ‘아, 옛날이여~’일 뿐.

요즘은 통통한 발목과 튼실한 장딴지를 가진 그녀들도 거침없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핫팬츠를 입는다. 시원하다. 다리 굵기야 아무려면 어떤가. 옷은 입으라고 만들어진 것인데, 사이즈라는 굴레쯤이야 얼마든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자주 눈살이 찌푸려진다.

기본적으로 4개의 힘 있는 뼈대와 근육으로 빚어진 두 다리는 몸을 지탱해 내는 안정감의 상징이다. 인체의 든든한 반석이 바로 다리라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거리에서 목격하는 그녀들의 다리는 정말 부실해 보인다. 마르고 뚱뚱한 굵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걸음걸이 때문이다. 무릎 사이가 너무 많이 벌어진다. 팔자 걸음도 아닌 것이 엉거주춤, 대충대충. 그러니 터벅 걸음이 되고, 뒤뚱 걸음이 되고, 어기적 걸음이 될 수밖에.

특히 플립 플랍(뒤축이 없는 슬리퍼형 샌들)을 신은 사람들이 걸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어떤 이는 발뒤꿈치로 껌을 씹듯 촐랑촐랑 걷는다. 알겠지만 일단 껌을 씹기 시작하면 절대 우아함과는 가까워질 수 없다. 뒤축이 없으면 걸음을 반듯하게 옮기기 힘들다는 단점까지도 잘 커버해야 제대로다.

뒷모습일수록, 그리고 다리가 많이 보이면 보일수록, 그러니까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은 뒷모습일수록 엉성한 걸음걸이는 더 잘 드러나고 더 흉하게 보인다. 우리 몸의 기둥이 반듯하지 못한데, 그 위의 화려한 옷 장식이 돋보일까?

올바른 자세가 멋진 옷 매무새를 만든다. 걷고 서는 모든 행동 역시 스타일이다. 당신의 뒷모습은 늘 누군가에게 노출돼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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