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환자 5년 생존율 65%세계적 위암 전문의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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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그가 지금까지 수술한 8000여 명의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8%에 달한다. 수술 칼을 쓰지 않는 독보적인 수술 방식을 보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미국·중국 외과 의사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그는 수술 칼 외에도 심지(배액관), 콧줄(비위관)을 과감히 없애 ‘3무(無) 교수’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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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출생, 경동고겳Ъ섦?의학 학사·고려대 대학원 의학 박사 현 연세대 의과대 교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부장

한국인에게 유독 많이 발생한다는 위암. 위암으로 목숨을 잃는 인구는 10만 명당 21.5명에 달한다.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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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위암의 초기 증상이 위염이나 궤양과 비슷해 10~15% 환자들은 위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암 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외과 의사 중 노성훈(55)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유명하다. 그가 1983년부터 25년 이상 위암 전문의로 활동하며 수술한 암환자는 8000여 명.

수술 후 사망률 0.5%, 합병증 15%, 5년 생존율 64.8%라는 국내외적으로 놀라운 치료 성과를 올리고 있다. 노성훈 교수는 끊임없이 새로운 수술법을 연구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의료계에선 그를 ‘3무(無) 교수’라 부르고 있다. 위암 수술 도구로 당연시 여겨온 수술 칼, 콧줄(비위관), 심지(배액관)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노 교수가 수술 칼 대신 사용하는 도구는 전기소작기다. 과거 혈관을 태우는 등의 지혈 목적이나 점을 뺄 때 주로 이용했는데 높은 열로 인해 피가 빠르게 응고된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전기소작기로 위암 수술을 하면서 수술 절개 부위를 줄였다. 대부분은 배꼽 아래까지 25~30cm 정도 째지만 그는 15cm만 열고 암세포를 떼어냈다. 배를 크게 열면 의사는 편하지만 환자는 탈장이나 장 유착, 염증 등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게 사실이다. 콧줄은 코에서 위까지 연결해 장에 생긴 가스와 분비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콧줄을 낀 환자들은 구역질, 구토,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노 교수는 2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표본을 추출해 콧줄을 연구했다. 연구결과 콧줄을 없앤 환자가 수술 뒤 부작용도 적고 회복이 빨랐다. 이때부터 콧줄 없이 수술을 하게 된 것. 옆구리에 심지도 박지 않는다.

수술 과정에서 조직을 자르고 태우다 보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복강에 물이 찬다. 물을 내보내는 배출구가 심지다. 문제는 심지를 달면 허리가 짓무르는 것은 물론 심지를 빼낼 때 고통이 심하다. 노 교수는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심지를 달지 않고, 조직 손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교한 수술을 한다.

3무 수술로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수술 시간 단축이다. 보통 3~4시간 걸리는 수술이 두 시간 이내로 확 줄었다. 노 교수는 “수술이 짧아질수록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들려줬다. “수술 시간이 짧으면 마취제를 덜 쓰게 되죠. 게다가 수술로 뱃속이 드러나 생길 수 있는 체액 증발이나 느려지는 내장 운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술이 짧을수록 좋아요.”

그가 위암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98년 위암 수술 후 회복한 300여 명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수술 후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온 답변이 콧줄과 심지였다. 그는 오랜 연구로 콧줄과 심지를 없애는 수술 방법을 알아냈다.

게다가 통증에 시달리지 않은 환자들이 회복도 빠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일부 원로 교수들은 위암 수술법이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정착됐기 때문에 똑같아야 한다고 얘기하시죠. 그게 꼭 진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편안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 방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노 교수는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소화기외과학회에서 위암 수술의 전 과정을 전기소작기로 진행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위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 의사조차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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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뒤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위암학회에서 위를 남기지 않고 잘라내는 위전절제수술 시에 비장 절제를 하지 않고, 비장 주위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법을 비디오로 발표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매년 중국 의과대 초청으로 위암 수술을 생중계했다. 모두 7번의 위암 수술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 등에서 노 교수의 수술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40~50명의 외국 의사들이 찾아와 수술을 참관했다. 노 교수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성공적인 수술로 새 삶을 살아가는 환자를 만날 때다. 1년에 한두 번 부인과 함께 인사 오는 조준태(가명·60)씨가 그렇다.

5년 전 조 씨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복막에 이미 암 전이가 있었고, 전체 림프절 70개 중 50개가 전이된 심각한 상태였다. 가족들도 “수술해서 사람만 괴롭히는 게 아니냐”며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노 교수는 “아직은 50대니까 희망이 있다”며 가족을 설득해 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항암 치료가 문제였다.

조 씨의 얼굴색이 새까맣게 변하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자 조 씨 스스로 항암 치료를 포기하려 했다. 다행히 1년간의 항암제 치료 기간을 잘 견뎌 건강하게 살고 있다.

노 교수는 4기 암환자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4기는 복강은 물론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된 최악의 상황이다. 대부분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더라도 다시 닫고 항암제를 권한다. 노 교수는 다르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암세포를 제거하고 복강 내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항암제 치료는 생명을 연장할 뿐이지 병을 치료해주지는 못해요. 암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만 삶의 기회가 찾아오죠.”

노 교수가 CEO에게 권하는 위암 예방법은 간단했다. 그는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좋은 생활 습관만 유지해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두부 같은 고단백질 식품을 섭취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위암은 유전성이 10% 미만이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해요. 위암 발생이 증가하는 40세 이후부터는 정기적으로 위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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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염지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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