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금언]본바닥 펀드를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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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실리콘밸리의 벤처 커뮤니티에 한발이라도 걸치려면 기존 기업의 인수로는 안된다. 80년대 중.후반 일본이 한참 잘 나갈 때 도시바.NEC 등은 다 자기네 생산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기업 인수에 주력했다. 메모리로 성공한 삼성이 컴퓨터 제조업체인 AST를 인수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당시 일본 기업들이 몇억달러짜리 펀드를 10여개만 만들었다면 지금쯤 실리콘밸리를 휘어잡았으리라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가정' 이다. '기술은 일부일 뿐' 인 실리콘밸리를 잡고 있는 기존의 미국계 펀드들은 대단히 배타적이다.

자기들끼리는 리스크를 서로 나눠 지면서 (예컨대 A벤처캐피털이 키우는 기업에 B벤처캐피털이 같이 들어가주어 시장가치.성공확률을 높인다) , 외국계 펀드들이 좀처럼 발을 못붙이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를 한다. 또 실리콘밸리에 나오는 1급 벤처들은 일단 이들이 거의 다 거르므로 좋은 기업들이 밑으로 내려갈 틈은 별로 없다.

그나마 한국계로 나와 있는 펀드가 하나 있으나 규모가 3천만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이 정도론 초기 단계의 15~20개 벤처에 투자하곤 끝이다. 벤처를 키우려면 계속 뒤를 받쳐줘야 하는데 이제는 경제위기로 펀드를 더 늘릴 수도 없고 기존에 투자한 벤처는 워낙 초기 단계여서 공개를 할 수도, 어디에다 인수시킬 수도 없다.

최근 APV.JAFCO 등 일본계 펀드가 조성됐으나 JAFCO는 가장 실패하고 있는 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는 달리 소프트방크의 손 마사요시는 95년부터 인터넷에 주목, 3억6천만달러의 펀드를 모아 지금까지 인터넷 분야에서만 총 56개 기업에 투자했고 이중 야후 (Yahoo)에 대한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이 펀드는 현재 야후 주식의 32%를 갖고 있다. 야후가 공개되기 직전 1억8백만 달러를 투자해 주당 11달러에 산 주식은 최근 주당 1백20달러선에 가 있다.소프트방크는 본바닥 펀드로 실리콘밸리에 한 다리를 걸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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