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로 보리 대흉작…수확량 줄고 질도 나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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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31일 전남함평군함평읍지강리에서 보리타작을 마친 논을 불태우던 정요안 (鄭堯安.39) 씨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9백여평에서 수확한 보리가 지난해의 60%인 40㎏들이 20가마에 불과한데다 질마저 나빠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헛농사였기 때문이다.

보리 수확의 마무리 단계에 엘니뇨현상에 따른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삭겉마름 현상과 붉은곰팡이병으로 작황이 나빠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남은 일반보리와 맥주보리를 합친 올해 보리재배 면적이 4만9천5백여㏊로 당초 생산목표를 1백38㎏들이 1백26만석으로 세웠다.

그러나 도 관계자들은 실제 생산량을 아직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지만 논밭의 위치에 따라 예년보다 10~50%씩 줄어 전체적으로 20~3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수확된 보리도 제대로 여물지 않은 게 심한 경우 70%에 이르러 나주시왕곡면 등에서는 일부 농가가 수확을 포기한 채 불을 질러 태워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품질마저 떨어져 보리재배 농민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지난해의 절반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경우도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붉은곰팡이병 등이 번지는 바람에 보리 수확량이 당초 예상보다 2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일반보리 재배면적 (4만8천㏊) 의 47%가 붉은곰팡이병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앞으로 정부수매 때 1, 2등급의 기준을 완화해 높은 등급을 매겨주고 잠정적으로 등외등급을 만들어 질이 나쁜 것도 모두 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창원 = 이해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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